미국 100대 기업 CEO 연봉, 직원의 25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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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보다 1천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CEO들.<에퀼라>

내년 선거철 소득불평등 논쟁에 기름부을 듯

미국내 기업의 경영자와 노동자의 소득 양극화가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서 CEO 연봉이 근로자의 수백배인 곳이 즐비한 데다가 1천배를 넘는 곳도 10곳에 달했다.

16일 급여 컨설팅업체 에퀼라의 분석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에 매출액 기준 미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받은 연봉의 중간값은 근로자들의 연봉 중간값보다 254배나 많았다. 이는 2017 회계연도의 235배보다 커진 것으로, 경영자와 노동자의 소득 불평등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2017 회계연도에는 에퀼라가 지정한 100대 기업 가운데 69곳만 CEO와 근로자의 연봉배율을 공개한 만큼 정교한 추세 확인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산업 개혁의 일환으로 마련한 도드 프랭크법에 따라 CEO 연봉과 근로자 연봉 중간값의 비율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에퀼라가 지정한 100대 기업이 모두 해당 의무를 지켜야 하는 첫해였다. 이들 기업 CEO의 작년 연봉 중간값은 1,560만달러로 나타났다. 오라클의 공동 CEO인 마크 허드와 사프라 카츠는 각각 1억829만5,023달러를 받아 고소득 순위에서 꼭대기를 차지했다. 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38만8,968달러로 100대 기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버핏은 연간 기본급여를 25년 넘게 10만달러에 고정해두고 있는 독특한 CEO로 유명하다.

오라클의 허드와 카츠를 포함해 연봉이 근로자 연봉 중간값에 1천배를 넘는 CEO는 모두 11명으로 집계됐다. 조나스 프라이싱 맨파워그룹 CEO는 2,508배로 선두를 달렸다. 맨파워그룹은 피고용자의 95%가 돌봄 서비스를 하는 저임 노동자라는 점 때문에 생긴 격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근로자의 수천, 수백배에 이르는 CEO 연봉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빌의 마크 몬델로는 2,238배, 웨스턴디지털의 스티븐 밀리건은 1,795배, 시넥스의 데니스 폴크는 1,562배,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는 1,424배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 연봉자로 기록된 허드와 카츠도 근로자 연봉의 중간값보다 1,205배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버핏의 연봉은 근로자 연봉의 중간값에 7배로 이 부문에서 100대 기업 가운데 최소 격차를 나타냈다. 에퀼라가 100대 기업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테슬라의 경우 CEO인 일론 머스크는 근로자보다 무려 4만668배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자와 노동자의 이 같은 소득 격차는 내년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화가 격화한 미국 사회에서 이미 지난 대선에서도 소득 불평등이 대중 분노를 자극하는 핵심의제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후보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당시 CEO들의 과도한 연봉을 비판한 바 있다.트럼프는 2015년 10월 CBS방송에 나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자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과도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대선 선거운동 때 민주, 공화당 후보 대다수가 CEO 연봉에 상한을 두는 방안을 지지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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