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후보들 반트럼프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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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주 디모인 드레이크대에서 14일 열린 민주당 제7차 대선후보 경선 토론이 끝난 뒤 엘리자베스 워런(좌) 연방상원의원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악수 제의에 손을 움츠리고 있다.[AP]

워런-샌더스, 여성비하 발언으로 ‘냉랭’

‘반(反)트럼프’라는 목표는 같았지만 상호 견제는 계속됐다.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3주 가량 앞둔 14일 아이오와주에서 유력 후보들이 격돌했다. 이란과의 갈등 격화 이후 첫 토론회였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여성 대통령 불가’ 논란의 뒤끝작렬 모습은 코커스 전 마지막 토론회임을 실감나게 했다.

디모인 드레이크대학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중동 위기와 관련된 발언들로 시작됐다.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적인 ‘이란 2인자’ 폭살과 이란의 반격으로 한 때 전쟁위기지수가 극에 달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나는 전쟁을 방지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대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라크전에 찬성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과거를 들춰냄으로써 ‘평화주의자 대 전쟁불사론자’의 구도를 부각시킨 것이다.

중동지역 철군 문제에선 의견이 명확히 갈렸다. 에이미 클로버샤 연방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병력 일부를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모든 전투병력을 철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아프가니스탄전 참전용사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내고 있다”고 화살을 돌리면서 ‘부티지지 대 트럼프’ 구도를 각인시키려 애썼다.

북한 문제도 의제에 올랐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톰 스타이어 후보는 ‘전제조건’ 없이는 북한과 마주앉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톱다운’식 협상을 지속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특히 자신을 ‘미친개’로 묘사한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지난해 11월 보도를 문제삼으며 “북한 지도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샌더스 의원이 실제로 “여성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지를 두고는 날 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샌더스 의원은 “2018년 회동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여성후보가 지명된다면 온 힘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워런 의원은 “샌더스 의원의 발언은 실제 있었지만 나는 친구와 싸우려고 이 곳에 온 게 아니다”면서 확전을 자제했다. 대신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주제에 정면으로 맞설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선무대에 오른 남성들은 공화당 후보에게 모두 10차례 낙선했지만, 나와 또 다른 여성후보인 클로버샤 의원은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워런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 스타이어 후보 등과 악수를 나누면서도 샌더스 의원과는 손을 맞잡는 대신 짧은 대화만을 나눴다. CNN방송은 이 광경을 전하면서 “그들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두 사람 간 앙금이 풀리지 않았을 거라고 해석한 셈이다.<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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