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미대사관 인근 그린존에 로켓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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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급파된 미해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AP>

트럼프 “이란 공식종말” 경고···미해군, 아라비아해에서 합동훈련

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향해 ‘말의 전쟁’ 수위를 높이면서 충돌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전쟁 가능성에 선을 긋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벌어진 로켓포 공격을 계기로 이란의 ‘공식 종말’을 위협하면서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란 견제를 위해 중동에 파견된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대대적인 훈련에 나선 가운데 이란 역시 ‘일전불사’의 강경한 태도로 맞서는 등 팽팽한 대치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면서 “다시는 미국을 협박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했다. 지난 16일 기자들로부터 ‘이란과 전쟁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자제심을 보인 지 불과 사흘 만의 온도차 있는 언급이었다.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의 주도로 ’12만 병력’ 중동 파견 등 군사 옵션이 거론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을 겨냥해 초강경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은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북한을 향해 사용한 ‘화염과 분노’와 유사한 레토릭(수사)을 구사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싸우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이란과 같은 상황이 있다면 그들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그냥 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앞서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19일 “우리는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국가를 방어하는 모든 분야에서 준비가 끝났다”고 언급,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위협이 멀리 있을 때는 전략적 차원에서만 대응하면 되지만, 가까이 다가오면 작전을 실행할 것”이라며 “비록 적들이 이란 국경에 접근해도 감히 이란과 전쟁할 의지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트윗 경고’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인근에 로켓 포탄이 떨어진 직후에 나온 것이다. 로이터와 AP 통신에 따르면 19일 이라크 정부청사와 외국 공관 등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바그다드의 ‘그린존’ 중앙부에 로켓포탄이 떨어졌다. 이라크군은 포탄 낙하지점이 미국 대사관에서 북쪽으로 불과 500m 떨어진 무명용사 기념비 인근이라고 밝혔다. 이라크군과 미 중부사령부는 로켓포 공격에 따른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라크 경찰이 바그다드 동부의 알시나 지역에서 로켓 발사대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동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의 본거지다. 이번 공격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처한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발사대 발견 장소를 근거로 이란 측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만약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나 이런 세력의 일파가 이 같은 공격을 했다면 우리는 이란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샌안토니오급 수송상륙함,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잇따라 중동 지역에 급파한 데 이어 대대적인 훈련에 나선 것이다. AP에 따르면 미 해군은 17∼18일 아라비아해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미 해병대와 합동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미 5함대의 페르시아만 작전 구역에 배치된 키어사지 상륙준비단(ARG)과 제22 해병원정대(MEU)도 훈련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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