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트럼프·친 백신’ 표심 결집···민주당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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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빈 뉴섬 주지사가 선거일인 지난 14일 리콜 저지 유세를 펼치는 모습. [로이터]

주지사 리콜 선거 뉴섬 압승 요인 분석
뉴섬 위기에 빠뜨렸던 코로나 상황이 도움된 ‘역설’
엘더 후보 “마스크·백신 의무화 반대”에 공화 타격
“소환선거 너무 쉽게 이뤄져” 리콜제도 개혁 요구도

지난 14일 치러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리콜(소환) 선거가 압도적인 리콜 부결로 결론이 나온 것은 사실상 예상됐던 결과다. 뉴섬 소환 시도는 당초 예상과 같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난 셈이다. 이번 주지사 리콜 선거는 내년 중간선거의 ‘전초전’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주민 60%가 주지사 소환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주지사 지지 여론이 그다지 뜨겁지도 않았던 터라 민심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투표가 시작되자 유권자들은 여지없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뉴섬 승리 요인은

뉴섬 주지사가 리콜 시도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반 트럼프 캠페인과 코로나19 방역 정치다. 캘리포니아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지만, 두 전략을 활용해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뉴섬은 지난달 중·하순까지만 해도 소환 찬성 여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 봉착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과 코로나 확산 우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여론을 반전시켰다.

공화당의 리콜 시도에 뉴섬 주지사는 최근 캘리포니아주가 미 전역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고 신규 감염률은 가장 낮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적극적 백신 접종 정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덕분”이라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주민소환 투표는 팬데믹의 정치화였다”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감염병보다 시급한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뉴섬을 대체할 새 주지사 후보 중 1위를 달리던 강경 보수 성향의 흑인 래리 엘더 후보를 겨냥해 ‘흑인 트럼프’라고 공격했다. 뉴섬 지원 유세에 나섰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엘더를 “트럼프 복제품”으로 규정했다.

여기다 민주당은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엘더 후보를 과학과 보건 건강에 반대하는 후보라고 맹공했고 델타 변이 확산을 우려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뉴섬이 심판대에 올라오는 소환 투표가 아니라 엘더를 ‘친 트럼프·반 백신’ 프레임으로 심판하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민주·공화 엇갈린 성적표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원 수가 공화당원의 두 배에 달하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게다가 감염 예방을 위해 전체 우편 투표를 시행했는데, 사전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건 지난해 11월 대선 때도 입증된 사실이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도 텃밭 사수에 총력을 다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직접 뉴섬 지원 유세에 나섰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홍보 영상에 출연했다. 기부금도 7,000만 달러나 쏟아졌다. 특히 반 트럼프 캠페인과 방역 정치 이슈에 대한 상대 후보 공략이,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텃밭에서 승산 없는 싸움에 매달린 공화당은 사실상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 인기만 재확인한 이번 투표로 공화당은 거센 역풍에 직면하게 됐다. 주민소환 투표 청원을 조직한 공화당은 “청원인 15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자체로 역사적 성취”라고 자평했으나, 중대한 정치적 오판이었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전략가 마이크 마드리드는 “공화당의 패배는 관에 또 다른 대못을 박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주민소환 투표는 공화당이 점점 과격해지면서 지지 기반이 크게 움츠러들었다는 걸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민주당도 마냥 기뻐할 처지인 건 아니다. 텃밭에서 주민소환 투표가 성사됐다는 사실 자체가 민주당의 위기를 시사한다. 민주당 전략가 대리 스라고는 “이번 투표는 ‘탄광 속 카나리아’였다”며 “소득 격차, 주택 부족, 기후 위기 등이 해결될 때까지 권력자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콜 개혁 이슈로

리콜 선거 개혁 요구도 이번 선거 이후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LA타임스는 투표가 실시되기도 전에 선거법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촉발시켰다면서, 비평가들애 따르면 리콜 선거는 그 영향력도 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선거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 간단하다고 전했다. 또한 리콜 여부 질문과, 대체 후보자 명단을 동시에 묻는 형태가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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