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32대 한인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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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본보 발행인

 

지난달에 있었던 한인회장 선거는 오랜만에 경선이 이루어지면서 두 후보가 서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은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보았던 후진국 내지는 개발도상국 시절의 한국의 선거를 방불케 하였다.

어떤 방법으로 유권자를 내편으로 끌어 들였던 간에 두 명의 후보자중에 한 명은 한인회장으로 선출이 됐다. 일단 선출된 한인회장은 선거유세 중에 있었던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을 기억하기 보다는 상대 후보에게 표를 던진 한인들까지도 염두에 두면서 내세웠던 공약을 수행하는데 전념을 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그런데, 최근 한인회가 참석자를 150명으로 제한하는 70주년 광복절 행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선자 진안순 회장은 자신을 한인회장으로 만들어주기 위하여 투표한 3,067명을 포함한 5,440명(전산상은 5,364명)의 유권자와 시카고지역 15만명의 한인들을 벌써 잊고 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또한 8.15해방의 기쁨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연령층의 유권자들이 자신을 회장으로 당선되게 만들었다는 것도 잊은 것 같다. 선거 캠페인 벽보에 쓰여진 “Go together”(함께 갑니다)라는 슬로건은 어느 곳에 누구와 함께 가자는 것인지… 특정언론과 특정집단만이 함께 가는 한인회를 만들자고 외친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한인회가 주관이 되어 특정 언론사의 수익사업을 도와주면서 70주년 광복절 행사를 하는 것을 총영사관과 과연 의논을 했다는 것인가. 150명으로 참석을 제한하고 그것도 어두운 극장 공간에서 하는 행사에 총영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담화문을 대독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동영상의 자료를 받아 극장에서 상영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150명을 수용하는 극장내 내부공간은 모두 검게 칠하여져 있어서 따로 조명을 설치하기 전에는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형체조차 구분할 수가 없다. 광복절 행사는 자유를 찾은 광복을 기리는 기쁨의 마당이다. 유태인학살 추모박물관에 들어간 것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광복절 행사와는 걸맞지 않다. 17기 평화통일자문위원 120여명이 모여서 하는 행사가 아니고 이번 선거에 참여한 5천여명의 투표자와 15만의 동포들이 함께 해야하는 행사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한인회장은 15만 시카고 한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다. 120명의 위원들을 대표하는 시카고평통 회장직과는 상당히 다른 자리다. 한인회장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정치집단의 영수가 아니고, 회장을 좋아하는 무리와 싫어하는 무리를 만들어서도 안되고 구별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인회의 조직은 갑과 을이 존재 하는 조직이 아니다. 최소한 투표에 참여한 5천여명의 한인들을 확실하게 기억하면서 내세웠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분열된 한인사회가 아니고 하나가 된 한인사회를 만들어서 함께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후세들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는 건전하고도 건강한 한인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언론사는 광고만 주면 주무를 수 있는 광고매체가 아닌 뉴스미디어다. 이러한 언론사들이 한인회의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고 시정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번 한인회의 올바른 정착과 발전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