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와 재정설계] 벽장 속 금괴

2272

워렌 송

재정전문가/RETIRING AMERICA FINANCIAL 시카고 대표

 

“내가 살던 집의 벽장 속에서 알 수 없는 금괴가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면?”…

만화나 동화에나 나올 법한 꿈만 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014년 12월에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건축철거업자가 불이 났던 집을 재건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갔다. 불에 검게 그을린 곳을 철거하기 위해 한쪽 벽을 부수자,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뱃속에서 황금이 나오듯이 벽 안쪽에서 금괴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가슴이 벌렁거리던 바로 그 때, 이 철거업자는 당국에 사실대로 신고하기보다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던 기가막힌 횡재를 혼자서 꿀꺽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 황금은 이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꿀 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철거업자는 무려 130개나 되는 금괴를 야밤에 애인과 함께 은밀한 곳으로 실어날랐다. 바야흐로 하늘이 내려준 노다지를 손에 움켜쥐게 된 것이다. 횡재한 이 사나이는 그 후로 금괴 몇 개를 팔아 평생에 소원이었을 집이며, 가구며, 비싼 자동차를 샀으며 값비싸고 멋진 여행을 즐겼다. 사람이 갑자가 없던 돈이 생기면 마음에 병이 드는지, 이 사람은 그 밤에 함께 금괴를 옮기고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자고 맹세한 애인을 버리고 바람이 나 버렸다. 금괴 130개를 손에 쥔 사나이로부터 버림받은 이 여인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당국에 곧바로 신고했고, 이 노다지의 사나이는 결국 경찰에 점유물이탈죄로 체포되어 철장신세가 되어 버렸다. 남의 금괴로 인생반전을 노렸던 철거업자의 야심찬 시도는 감방 안에서 마감된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금괴는 누구의 것인가? 무려 130개나 되니 말이다. 당시에 세간에 화제가 되었었다. 사실인즉, 벽장 속의 금괴는 불이 난 집의 전주인의 소유였다. 문제는 그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되어있었고, 사망 전에 치매에 걸려 가족들과도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는 상태였었다. 이 사람은 평생을 부동산 사업을 해서 모은 돈으로 모조리 금을 샀던 것이다. 하나 둘씩 모았던 금괴가 백 개 하고도 삼십여 개가 될 때까지 이 분은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결국은 본인에게 금괴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눈을 감았던 것이다.

금괴를 하나씩 사면서 이 사람은 얼마나 흐뭇했을까? 한 개 한 개 벽장 속에 쌓아두면서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히 기분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분은 참으로 안타까운 삶을 사셨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그 분의 인생은 “버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였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이 평생을 모은 돈을 한번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것을 가족에게 물려 준 것도 아니다. 백주 대낮에 칼만 들지 않은 강도에게 빼앗긴 셈이었다.

재정설계는 비단 “어떻게 돈을 모으는가?” 에만 관심의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재정설계는,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에 궁극적인 초점이 있다. 당사자로 하여금 평생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써야 할 때가 되었을 때, 어떻게, 얼마를, 효과적이면서도 불안함이나 불편함 없이 쓸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이런 설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한 시라도 젊었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누구라도 재정설계를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삶은 우리에게 예기치 못할 짐을 던져줄 때가 많다. 그래서 미국의 심리학자 스캇 펙은 “인생은 고해이다”라고 했다. 인생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부닥치지 않고 싶은 일들을 우리는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도 나이가 점점 들면서 말이다. 타인의 실수로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몸이 아프게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많이 아프게 되어 여러 날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할 때도 온다. 때로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나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이 모든 것을 헤쳐 나아가야 하는 나 자신과 나의 가족에게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네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재정설계는, 어차피 힘든 우리의 삶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을 만큼은 준비해 보자는 노력이다. 충분하지는 않다. 우리 중에 매일 충분한 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삶 속에서 조금이라도 혜안을 가지고 내일의 삶을 예비해 보자는 것이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