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와 재정설계] 재정설계? 돈이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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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송 재정전문가

‘KS 재정설계’ 대표

 

이 지면을 통해서 그동안 재정상담과 설계의 필요성을 많이 강조해 왔다. 수년간 재정상담을 전문으로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첫째는, 그렇게도 학구열이 어느민족 못지않게 높은 우리 한인이 재정에 대한 지식과 열정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한인들이 재정상담이나 설계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이나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지면을 통해서라도 구체적인 개개의 재정상품보다는 재정설계와 상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드리고자 애를 쓰고 있다.

“재정설계”, “재정상담” 이라는 말 자체에 대해 한인들은 부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돈관리에 대해 기초적인 개념이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돈을 관리하는 일에는 세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는 저축이고, 둘째는 투자, 그리고 세째는 투기이다. 어찌보면 비슷해 보이나 세가지는 돈의 출처가 어디인가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축은 생활비에서 떼어내서 하는 것이다. 투자는 당장 쓰지 않아도 되는 돈 즉, 잉여자금으로 하는 것이다. 투기는 근본적으로 남의 돈으로 하는 것이다.

저축은 생활비에서 떼어낸 것이므로 절대로 없어지거나  손해를 보면 안된다. 현재를 희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잉여자금으로 하는 것이기에 때로는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이익을 많이 볼 수도 있다. 투기는 대부분 남의 돈으로 하는 일이기에 복골복이다.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

재정설계를 위한 기초상담은 저축상담에서부터 시작한다. 재정상담할 때 돈이 없다고들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잉여자금이 없다는 말이지 생활비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생활비가 모자랄 수는 있지만 아예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재정상태를 살펴보면, 수입과 지출을 놓고 볼 때, 조금 남을 수도 있고 모자랄 수도 있다. 그리고 딱 떨어지게 살아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재정상담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이 생활비에서 조금이라도 남으면 그것이 곧 종잣돈(Seed Money)가 되어 일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생활비에서 모자라는 경우라면, 정말 심각하게 재정상담을 해 보아야 한다.

매달 생활비가 모자라면,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어느정도는 가능하다. 꼭 지출해야만 하는 항목이 있고,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생활비가 모자라는 경우는 많은 경우, 돈을 사용하는 습관이 잘못되어 있을 수 있다. 지나치게 외식을 한다거나, 필요이상의 카드구매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셀폰프로그램 및 정보통신료가 나의 용량에 맞지 않게 설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일년에 한두번 갈까말까 하는 피트니스 이용권을 불필요하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이 구체적으로 재정상담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를 위해 어떻게 종잣돈을 마련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에 처음으로 재정을 배울 때, 나를 가르쳐준 코치가 한 이야기가 있다. 평범한 미국인의 4인 가정의 경우, 어느가정이든 쥐어짜면 300불이 나온다 했다. 그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생활비에서 조금 남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지금까지 얘기해 왔던 재정설계의 3요소인 이자, 세금, 그리고 위험도(RISK)를 활용하여 어떻게 중장기적으로 저축을 할 수 있는지 상황에 맞게 플랜을 결정하면 된다. 생활비에 딱 마추어 사는 것은 재정적으로 답은 아니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엔 별 불편함이 없지만, 가장 길게는 은퇴 그 이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재정설계는 꼭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좀 있으면 투자상담을 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재정상담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돈 문제는 타인에게 쉽게 공개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믿음이 가지 않으면 결코 해결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우리 한인들이 재정상담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 시간이 더 지나가기 전에 나의 미래에 대한 재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마치 교통사고를 대비해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보험을 들어 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847-660-8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