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낙관론-경고 메시지 사이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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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자료사진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다시 증가 조짐에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셸 월렌스키 국장은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백악관 브리핑 도중 “여기서 멈추고 원고를 버리겠다”고 말한 뒤 원고에 없는 발언을 시작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임박한 종말’의 느낌이 든다며 “지금 나는 겁이 난다”고 말한 뒤 “오늘 꼭 CDC 국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당부한다. 제발 그저 조금만 더 오래 버텨달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이 순간이 월렌스키 국장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서 수주째 계속 발신해온 희망적인 뉴스로부터 반전을 보인 순간이라고 3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월 초순 이후 두 달 넘게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고 그런 와중에 백신 접종자는 점점 늘면서 오래 이어져 온 국가적 악몽이 마침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눈물을 참아가며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말하는 월렌스키 국장의 호소는 변곡점이었다는 것이다.

월렌스키 국장의 메시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일부 관리들의 허를 찔렀고, 일부 대통령 참모들에게 가벼운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CNN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미 가속한 백신 접종이 궁극적으로 위기를 끝낼 것이란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4차 재확산에 대한 공개 경고를 강화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2일 나온 CDC의 여행 지침에서도 이런 줄다리기는 계속됐다고 CNN은 짚었다. CDC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스스로 작은 위험을 감수하고 국내외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여행 지침을 개정했지만 월렌스키 국장은 “우리는 여전히 여행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같은 날 부활절 주말을 맞아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면서 “너무 많은 미국인이 이 싸움이 끝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보좌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신규 감염자가 늘고 있다는 업데이트를 꾸준히 받았고 이에 대해 점점 더 많이 근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정치적 미래가 거의 전적으로 보건 위기를 성공적으로 끝내는 길을 찾는 능력에 달려 있는 백악관으로서는 아마도 국가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앤디 슬라빗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은 “우리는 사람들이 덜 두려워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사람들이 조심스럽고 여전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슬라빗 선임고문은 대통령과 백악관 모두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전 결국 신규 감염자가 다시 증가하리라고 예상했다면서 그럼에도 백신 덕분에 이번 확산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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