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부동산 감정가와 매매가격이 다를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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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겸 변호사(법무법인 시선/시카고)

우리는 출생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떠안는다. 따라서, 종교적 관점을 떠나 생각하면, 살아있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자원을 바탕으로 최상의 의사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최상이었는지 판단하는 척도 중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다름아닌 “가치”다. 사전적 의미의 가치는 “어떤 대상이 지니고 있는 쓸모”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물건을 하나 구매할 때에도 이 물건의 절대적 가격은 구매자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가치 여부가 달라진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사람은 그 물건의 성능이 절대적으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가격대비 성능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개인의 여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크게 세가지를 포함한다. 희소가치, 내재가치, 그리고 미래가치.

희소가치는 말 그대로 쉽게 찾을 수 없는 부동산일수록 그 가치가 높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내재가치는, 부동산을 건물과 대지로 구분하여, 건물 자체의 가치보다 대지가 갖고 있는 잠재성에 따른 가치를 일컫는다. 미래가치역시 내재가치와 비슷한 개념으로서, 재개발 계획, 국가 혹은 해당 도시의 부동산 정책, 교육 및 상권 등의 주변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그 부동산의 잠재적 가치를 말한다. 전문 감정평가사에 의해 책정되는 이 부동산 가치가 실제 매매가격과 늘상 일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막상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난 이후 부동산 감정액이 매매가격보다 낮게 책정되어 바이어와 셀러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매매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물 감정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낮게 나왔다면, 법적으로 바이어에게 주어지는 선택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정 가격과는 무관하게 기존 매매가격으로 그대로 인정하고 구매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융자를 받아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라면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융자회사는 매매가격이 아닌 감정 가격을 기준으로 융자 금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감정가가 적게 책정되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융자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어는 적어진 융자액수만큼 추가로 Down-Payment를 지불해야 한다.

둘째, 셀러와 매매 가격을 재협상할 수 있다. 즉, 감정가격에 맞게 매매가격을 낮추도록 셀러측에 요구하는 것이다.

셋째, 만약 셀러가 매매가격 조정을 거부한다면, 매매 계약서의 Appraisal Value Contingency 조항에 의거하여,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 계약은 건물이 매매가격보다 낮게 감정평가될 경우 바이어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감정평가사에게 부동산 가치 재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는 감정가가 잘못 산정되었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재평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셀러의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물론 셀러 역시 또다른 감정평가사를 통해 건물 가치를 재평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재평가에는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셀러에게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는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셀러 입장에서 매매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바이어와 협상하여 적정한 금액으로 매매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계약이 중도에 취소되면 바이어 역시 여러가지 비용 및 시간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간 합의점을 찾는 것이 양측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