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집 결함에 대한 셀러의 공개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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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겸 변호사(법무법인 시선/시카고)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실수 혹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하다. 최소한 우리가 갖춰야할 태도는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을 인정하고 같은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이다. 투명성의 패러독스 (Paradox of Transparency) 이론에 따르면, 오히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스스로 밝히는 태도가 결국 그 사람을 더 빛낸다고 한다. 부동산 거래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집 상태에 관한 모든 사항을 투명하게 밝혀야 진정성 있는 거래가 성립될 수 있다. 일리노이 주에서 거주용 집 거래시, 집 상태에 대하여 셀러가 밝혀야할 공개 의무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이 만약 1978년 이전에 지어졌다면, 셀러는 집에 납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가 칠해져있는지 밝혀야 한다. 둘째, 셀러는 집 안에 라돈 (Radon) 가스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 단, 셀러가 팔고자 하는 유닛이 3층 이상에 위치해 있다면, 이 공개 의무가 면제된다. 셋째, 셀러는 Residential Real Property Disclosure 라는 양식서를 통해 본인이 알고있는 집의 모든 결함에 대해 바이어에게 알려야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셀러가 별도의 인스펙션을 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본인이 실제로 알고있는 모든 사항을 숨김없이 밝히면 된다. 건강, 위생, 안전, 위법 등에 관련한 결함은 필수로 알려야 한다. 마지막은 곰팡이 (Mold)에 관한 공개 의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의무는 법적으로 규정된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셀러는 집안의 중대한 결함에 관해 공개해야할 법적 의무가 있고, 곰팡이역시 이러한 결함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참고로, 만약 셀러가 그 집에 거주한 적이 없거나, 그 집을 직간접적으로 관리를 한 적이 전혀 없거나, 혹은 이혼, 파산, 차압 등의 법적 절차로 인해 집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셀러의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셀러가 공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바이어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또한, 셀러가 고의로 특정 사항을 숨기거나 왜곡하여 알렸을 경우, 바이어는 셀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소송비용도 받아낼 수 있다.

셀러가 집 상태에 관해 모두 공개했다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바이어 입장에서는 전문가를 통해 내부검사 (Inspection)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간혹 바이어가 ‘As-Is’ 조건으로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즉, 결함이 있는 집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수락하고 향후 셀러에게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령 바이어가 As-Is의 조건으로 집을 사더라도, 집 결함에 관한 셀러의 책임이 무조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셀러가 앞서 언급했던 모든 공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이는 As-Is 조건과는 무관하게 계약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As-Is 조건이란, 바이어가 눈에 보이는 결함을 받아들이고 건물을 구입한다는 뜻이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바이어가 알 수 없는 결함까지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셀러가 특정 결함에 대하여 사전에 인지를 하고 있었고, 바이어 눈속임을 위해 임시 방편적인 수리로 위장을 했었거나 혹은 은폐를 했었다면, As-Is 조건이라 하더라도 바이어는 셀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진실된 관계를 맺으려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춰 이해하려고 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으나,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투명한 진정성있는 모습이 아닐 경우에는 분명 그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