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두려워 신고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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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카고시내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인종차별 증오범죄 규탄 집회.

아시아·태평양계 71%가 증오범죄·차별 경험

미국내 아시아계가 증오범죄를 당해도 신고를 꺼려 ‘알려지지 않은 범죄’가 많다고 추정할 수 있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통계·정책연구를 제공하는 단체 ‘AAPI 데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AAPI 응답자는 증오범죄를 당한 적 있다는 비율이 전체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를 거리낌 없이 신고할 수 있다는 비율은 낮았다.

AAPI 응답자(2,017명) 가운데 증오범죄나 괴롭힘, 차별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자는 71%로 전체 응답자(52%)보다 19%포인트 높았다. 반대로 증오범죄 등을 당해본 경험이 사실상 없다는 AAPI 응답자는 21%로 전체(41%)보다 적었다. ‘인종과 민족성 때문에 증오범죄 피해자가 된 적 있느냐’라는 질문에 AAPI 응답자 27%가 “있다”라고 답했다. 그런 적 없다는 AAPI 응답자는 53%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증오범죄 피해자였던 적 있다는 이는 22%로 집계됐다. 차별유형별로 보면 AAPI 응답자 64%가 ‘미국 출신이 아니라고 여기고 출신을 물어보는 일을 경험했다’라고 답해 가장 흔히 당하는 차별로 꼽혔다. 다른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처럼 대한 적 있다는 응답자가 41%, 욕을 듣거나 모욕당한 적 있다는 경우는 39%, 이름을 고의로 잘못 읽거나 레스토랑·상점서 타인보다 나쁜 서비스를 받은 사례는 각각 31%였다. 무시당하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향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적 있다는 경우는 30%였고 위협 또는 괴롭힘당한 적 있다는 경우는 28%였다.

사법당국에 증오범죄를 신고한다고 했을 때 느끼는 부담을 물었을 때 AAPI 응답자 35%는 “다소 또는 매우 꺼림칙하다”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는 25%만 같이 대답했다. 증오범죄 신고를 ‘다소 또는 매우 편하게 생각한다’라는 응답자는 AAPI의 경우 64%였고 전체는 73%였다. 아시아계가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보복의 두려움과 정의구현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 수 있다고 라마크리슈나 교수는 지적했다. 보복당할까 봐 증오범죄를 신고하기 걱정된다는 AAPI 응답자는 61%에 달했다. 신고해도 정의가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AAPI 응답자는 45%였다.

수사 과정에서 통역이나 사법체계 안내가 제공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AAPI 데이터’ 설립자 카르틱 라마크리슈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자신 또는 가족에 원치 않는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싫어 증오범죄를 신고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전미아시아·태평양계 정신건강협회’의 디렉터 D.J. 아이다 박사도 “젊은 축인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에게서 보이는 현상인데,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한다”라면서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조사는 성인 1만6,33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26일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라마크리슈나 교수는 NBC방송에 출연해 “많은 이가 트럼프 행정부 때 ‘중국바이러스’ 같은 수사가 증오를 허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AAPI에 대한) 공격이 지속하는 것을 보면 이는 오래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을 보면 9·11 테러가 증오의 지분을 늘리고 혐오와 백인민족주의를 주류화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라면서 “오바마의 당선이 증오집단에 가담하는 사람의 비율과 트럼프 전 대통령 때까지 이어진 (타 인종에 대한) 분노를 급증시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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