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결핵 심각···매년 1만6천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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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스티븐 린튼(한국명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이 방북 특별보고를 하고 있다.

최근 방북한 유진벨재단, “조기진단 장비 더 보급해야”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해온 유진벨재단은 북한의 결핵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북한 당국이 결핵 진단활동의 제한을 풀어주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4일 3주간 가을 방북을 마친 유진벨재단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보고회를 열고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방문에서는 북한 당국이 결핵 진단 프로그램을 평양 바깥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재단의 스티븐 린튼 회장은 “북한이 결핵퇴치망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준 셈이다. 우리가 맡은 지역에서는 환자 등록과 치료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진벨재단은 매년 봄과 가을 정기적으로 방북해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지원하고 경과를 확인해왔다.

린튼 회장은 “북한 보건성의 관리가 결핵은 북한 보건 차원에서 첫째, 둘째, 셋째 가는 큰 문제라고 했다”며 북한 당국이 결핵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았다면 재단의 진단 활동 지역이 확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벨재단측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017년 조사결과를 인용, “북한에서는 매년 13만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1만6천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우선적인 문제는 진단 시기다. 결핵 증상은 기침→각혈→호흡곤란→사망의 순서로 발전하는데, 북한 환자들의 경우 이미 위중해진 호흡곤란 단계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재단은 언급했다. 특히 다제내성결핵은 조기 진단이 치료의 성패를 크게 좌우하는 만큼 진엑스퍼트(GeneXpert)라는 전문 진단장비를 보급해야 한다며, 이번 방북 때 8대를 반입해 비치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진엑스퍼트가 평양·개성·남포·평안남북도·황해남북도에 총 21대가 있으며 “미 상무부에 80대 추가 대북 반입을 승인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재단은 미열이나 기침이 있을 때 환자가 결핵을 의심하며 병원을 못 찾는 이유 가운데는 도로망 미비 등으로 인한 접근성 제한 문제도 있다면서 시골 지역 환자를 위한 차량 반입에 대해 대북제재를 면제해줄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이번 방북 기간 환자 약 700명이 새로 관리대상으로 등록됨에 따라 현재 치료에 들어간 북한 다제내성결핵 환자는 모두 1,800여명이다.

린튼 회장은 “북한의 결핵 환자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이자, 생사를 걸고 치열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 사회가 ‘관중’ 역할에 머무르지 말고 이 환자들과 함께 뛰면서 살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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