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이탁 한인회장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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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을 지나면서 바빠질 곳이 있다. 한인회다. 32대 시카고 한인회가 6월30일로 막을 내리고 이제 33대가 시작됐다. 서이탁 한인회장은 여러모로 진안순 전대 회장과 비교될 것이다. 우선 경선을 거치지 않은 데서 장점과 단점이 드러날 것이다. 장점은 특정할 반대세력이 없다는 점이고 단점은 같은 논리로 한인회장을 밀어줄 세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역대 한인회장 중 경선을 거친 회장은 소수다. 결국 회장 개인의 역량이 한인회의 공과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서회장은 적어도 한인회장이 되기 까지 가장 순탄한 과정을 거쳤다. 입후보와 무투표 당선까지 조용했다. 인수인계도 과거와는 달리 순조로웠다. 진 전 회장이 평통회장을 할 때 총무 격인 간사를 지낸 인연이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모든 걸 차치하고 진 전회장과의 두드러지는 비교점은 나이다. 그는 젊다. 당선이 획정된 후 첫 소감이 차세대와의 소통이고 차세대 지도자 육성이었던 점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차세대를 위한 여러 사업은 진 회장도 해온 일이다. 새로울 게 없는 아젠다다.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각론에서는 인위를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여전히 마음이 젊은 1세 리더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조율이 필요하고 조화가 절실하다.

부모와 자녀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에 누구나 동의한다. 반면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입이 다물어 진다. 마찬가지다. 시카고 한인사회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고 자연스러운 트랜지션을 위해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을 고민하는 일은 또 다른 얘기다.

한인사회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한인 1.5세, 2세의 젊은 세대에게 비전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이들을 때때로 무대의 중심에 서게 할 필요가 있다. 선출직 로컬 정치에 도전한 바 있는 한 1.5세가 정치 모임을 실제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가 무대와 마이크를 장악하는 해프닝 때문에 ‘우리는 1세의 들러리가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는 일침을 전해 들은 바 있다.

차세대 리더는 태어나기도, 만들어 지기도 한다. 1세들은 토양을 제공하고 무대를 꾸며줌으로써 그들이 보다 건강하게 한인사회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수단으로 이용할 대상이 아니다. ‘한인사회의 미래’라는 목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서회장은 1.5세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서 회장의 한인회장 당선 자체가 차세대로의 교체일 수 있다. 여기서 자칫 앞서 언급한 1세 지도자들을 배제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차세대든 1세든 쌍방 조화와 소통의 대상이다. 그래야 한인사회의 건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점을 항상 마음에 두고 33대 한인회를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 33대 한인회에 거는 기대가 역대 한인회와는 또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