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메카서 ‘마스크 성지순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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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정기 성지순례(하지)의 모습. 25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예년(위 사진)에는 순례자들이 메카 대사원의 카바신전 주위를 가득 메웠으나, 올해(아래 사진)에는 참가자들이 듬성듬성 거리두리를 유지하고 있다.[로이터]

참가자 250만→1천명 급감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서 29일(현지시간) 정기 성지순례(하지)가 닷새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슬람의 가장 성스러운 의식인 정기 성지순례에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250만 명 이상이 메카에 모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1,000명으로 참가자 수가 대폭 줄었다. 이들 1,000명도 외국에서 오지 않고 사우디에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과 내국인 신청자 가운데 추첨으로 선발됐다.

성지순례객은 메카에 도착하기 전 7일간 자가 격리했으며, 메카에 와서는 지정된 호텔에서 8일간 의무격리 뒤 이날부터 의식을 시작했다. 메카 성지순례는 종종 압사 사고가 일어날 만큼 순례객이 밀집해 이동하지만, 올해엔 50명씩 나눠 조별로 차례로 이동하도록 했다. 성지순례객은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체온을 재야 한다. 사우디 성지순례부는 순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의 벽’에 자갈 7개를 던지는 의식을 위해 소독한 자갈을 미리 나눠줬다.

보통은 자마라트에 있는 이 벽에 가기 전에 무즈달리파에서 노숙하면서 땅에서 자갈을 줍는다. 이밖에도 성지순례객이 입는 옷, 기도용 깔개도 사우디 당국이 제공했다. 사우디 당국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진 3월부터 메카 대사원을 폐쇄하고 올해 정기 성지순례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종교적 중요성을 고려해 순례객을 크게 줄여 진행하기로 했다.

성지순례가 끝나면 명절(이드알 아드하) 연휴가 이어진다. 명절 기간 관광과 소비의 성수기이고 가족 방문이 빈번해, 이슬람권의 각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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