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농가 덮치고···”급류에 휩쓸려 갔다” 실종신고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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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산사태로 파괴된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양계장 건물 잔해 속에 닭 여러 마리가 갇혀 있다. 50대 양계장 주인은 순식간에 밀려 내려 온 토사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안성=오대근 기자

축사 가스폭발·양계장 쑥대밭
매몰된 할머니·손녀 극적 구출도
급류에 휩쓸린 아버지 구하려던
딸·사위 함께 실종···인명피해 속출
충북선 전구간 열차 운행 중단

 

주말 장맛비가 중부 지방을 덮쳐 1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산사태로 태백선과 충북선 등 철도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일부 고속도로 구간이 통제됐다. 새벽 기습 폭우가 쏟아진 충북 북부지역에서는 하천·저수지 범람 위기로 주민 수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충북지역 온종일 ‘사망·실종’ 소식
2일 각 지역 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충북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 한 야산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유출돼 인근 축사를 덮쳤다. 토사에 매몰된 축사에서 가스 폭발까지 일어나 주민 A(59)씨가 숨졌다. 오전 11시쯤 음성군 감곡면 사곡리의 한 낚시터 인근 하천에서는 주민 B(5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오전 7시18분쯤 제천시 금성면의 한 캠핑장 인근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에 깔린 C(42)씨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등 실종 사고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오전 7시30분쯤 충주시 산척면 서대마을 주택매몰 현장에 출동하던 송모(29) 소방관이 실종됐다. 도로 침수로 차량 진입이 어려워지자 차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하다 갑자기 도로가 무너지면서 사고를 당했다.
단양에서는 일가족이 실종됐다. 오전 11시55분쯤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에서 주민 D(72)씨가 밭의 배수로 물길을 내다 급류에 휩쓸리자 이를 본 딸과 사위가 구조하려다 함께 실종됐다. 또 오후 3시4분쯤에는 괴산군 청천면 덕평리 거봉교 달천에서 카누를 타던 E(58)씨가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차량 4대와 수난구조정 1대, 인력 16명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에서 F(62)씨가 생활하던 컨테이너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음성군 감곡면 청미천은 만수위에 육박, 오양·왕장·단평리 1,800여가구, 3,700명은 긴급 대피했다. 이어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와 노은면 수룡리에서도 각각 ‘사람이 물에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하고 있다.
충북도소방본부는 또 이날 오후 3시36분쯤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에서도 백모씨(75)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수색 중이다. 신고자는 “하천 주변에 사는 아버지가 걱정돼 찾아가 봤더니 집에 없었다.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고 119에 신고했다.

경기·강원지역서도 마을 ‘쑥대밭’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경기 지역에서도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7시10분쯤 안성시 일죽면의 한 양계장에 산사태로 쏟아진 흙더미가 밀려 들어와 조립식 패널로 건립된 양계장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소방당국은 즉시 수색에 나섰지만 2시간여 만에 토사에 매몰된 G(58)씨 시신을 발견했다. 함께 집 안에 있던 G씨 아내와 딸 등 다른 가족 3명은 무사히 탈출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30분쯤 이천시 율면 산양저수지의 둑 일부가 무너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시켰다. 둑이 붕괴하면서 흙탕물이 흘러내렸고, 이 영향으로 신양천이 범람해 저수지 아래쪽 마을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강원 원주와 횡성, 영월, 정선 등 강원 남부권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오전 2시5분쯤 흙더미가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의 한 주택을 덮쳐 잠을 자던 80대 할머니와 10대 손녀가 매몰됐으나 중장비를 동원한 구조팀에 의해 1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영월군 김삿갓면의 한 캠핑장과 정선군 정선읍의 계곡에서는 40여명이 한때 고립됐다 구조돼 화를 면했다.

철길, 고속도로 통제
충북 북부지역 일부 주민들은 하천·저수지 범람 위기로 긴급 대피하는 등 밤새 불안에 떨었다. 음성군 감곡면 주천저수지와 삼성면 성산천이 만수위에 도달하면서 약 650가구 1,200여명의 주민들은 날이 새자마자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충주시 엄정면에서는 원곡천 배수로의 역류로 하천물이 주택가로 넘쳐 80가구 120명의 주민이 엄정시장 회관으로 대피했다.
물 폭탄은 열차도 멈춰 세웠다. 코레일에 따르면 산사태로 토사가 충북선 삼탄∼공전역 간 선로를 덮치면서 오전 6시 첫차부터 충북선 전 구간(제천∼조치원)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태백선도 입석리∼쌍용역 간 선로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6시부터 전 노선(제천∼동해)의 열차가 멈춰섰다. 영동선은 현동∼분천역 간 쌓인 토사로 오전 8시쯤부터 동해∼영주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강릉∼동해역, 영주∼동대구(부전) 구간은 정상 운행 중이다. 중앙선은 연교∼구학역 간 선로 토사 유입으로 오전 9시 30분쯤부터 원주∼영주역 간 열차가 다니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 ITX새마을호는 청량리∼영주 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청주= 한덕동 기자·춘천= 박은성 기자
이천=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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