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명과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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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생명을 택하라!” 홍해 바다를 건너며, 광야길을 함께 걸으면서 40년간 이스라엘 민족과 동고동락을 나누웠던 이제 백발의 노인 모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같은 말씀은 비장하고 단호하였습니다. “죽음과 생명, 복과 저주가 네앞에 놓여있다. 분명 생명을 선택하라!”(신30:19)고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갈 새 세대를 향해 모세는 유언처럼 당부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생명중 누가 어리석게 “죽음”을 선택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우리의 인생속엔 아이러니하게도생명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우매함과 못된 고집을 피울 때가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볼티모어에서 목회하는 앤듀류 포스터 코너 목사님은 죽음을 정의하길, “ 죽음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위해 우리의 인생을 천친히 소진해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해줍니다. (“Death is a slow process of giving ourselves to what does not matter.”) 가끔 길을 운전하다 이상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출구도 없는 “Dead End”(막다른 길)에 궂이 들어가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싸인판에 쓰여진 “Dead!”라는 글자를 읽으면서도 미련하게 그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 불행히도 우리의 인생입니다. 한 평생을 살면서 원망과 불평, 혹은 분노와 화, 비교의식과 헛된 욕망에 인생의 소중한 날들을 허비해 버린다면 그것이 곳 현실에서 경험하는 죽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죽음은 내일의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매일 매일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속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모세의 강력한 권고는 “오늘”(Today)이라는 “지금 & 여기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지혜를 가지라고 거듭 거듭 말씀하는 것입니다. (신 30:2,8,11,15,16,18,19)

성경에 소개된 아름다운 이야기들 중에 아마도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사랑을 비유로 말씀하신 “탕자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자애로운 아버지를 가졌던 아들은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은 아버지의 재산을 유산받아 타향에 가서 허랑방탕하며 그 재산을 다 탕진해 버렸습니다. 끝내 집도 절도 없는 이 탕자는 돼지우리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기가막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결국 용기를 내어 아버지의 집을 찾았을 때, 아버지는 버선발로 달려나와 아들을 끌어안고 이같이 말씀하십니다: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 얻었노라”(눅15:24) 지금까지 살아왔던 탕자의 삶은 “죽음”이었고 “잃어 버린 인생” 이었던 것입니다. 세상의 정욕과 재물, 이생의 자랑만을 뒤좇아 살아가는 삶은 자신의 배를 하나님으로 섬기는 우상숭배요, 죽음에 길을 선택하는 어리석음 였습니다. 탕자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과같이,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만을 찾는 순간“생명을 선택”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Brett Younger라는 설교학 교수는 “생명을 선택하는 일”이란 영혼에 거룩한 경험을 일으키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같은 예들을 적은 긴 목록을 소개해 줍니다:평생 배우지 못할 것같은 것을 위해 감히 배움을 시작해 보는 것, 단순한 삶을 즐기는 것, 자주 그리고 크게 웃는 것, 자신의 불완전 함을 인정하는 것,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갖는 것, 거리를 걸어보는 것, 타인을 저녁식탁에 초대하는 것, 의미있는 일에 기부하는 것, 쓸데없는 다툼을 멈추는 것, 먼저 용서하는 것, 영혼을 다해 예배하는 것, 진실된 기도를 드리는 것,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 예수님의 약속을 기억하는 것, 타인에게서 주님을 발견하는 것, 성령께 마음을 열고 기대하는 것,…이같은 목록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생명을 선택”하는 지혜를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명을 선택한 우리들의 아름다운 리스트가 더 풍성히 기록되어야 하겠습니다.

가끔 죽음을 목전에 둔 분들에게서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깊은 후회에 대한 고백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인생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남겨진 가족에 대해 사랑을 다하지못한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죽음이란 먼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세가 당부한 말씀처럼 오늘 여기에서 분명하고 단호하게 “생명을 선택”하는 삶의 지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바로 우리로 하여금 넘치도록 풍성한 생명을 얻게하기 위함임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도적이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요10:10) 주님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도독맞은 탕자와 같이 살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매일을 주님안에서 얻는 생명의 충만함으로 가득찬 인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