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의 건강밥상] “들깨버섯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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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요리연구가

밤사이 내린 비로 사방이 촉촉하게 젖은 이른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몇가지 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는 시부모님 뒤를 따라 나섰다. 시집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이다. 한참을 쫄래쫄래 따라 걷다보니 산비탈 경사진 곳에 자리한 너른 밭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젖은 땅내음에 코 끝도 시원하고 마음도 상쾌한데 저 멀리 아래로 옹기종기 들어 앉은 동네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내린 비에 젖은 폭신폭신한 땅은 어린 모종을 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살살 달래어 가며 가지런히 심어 나가는 부모님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별 의미 없는 수다도 떨면서 서툰 손으로 흉내도 내본다. 산비탈 경사진 밭이라 버티는 다리에 나도 모르게 힘이 가고 쪼그려 앉은 다리가 이제 그만 펴 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다 심은 뒤에 일어나 돌아보니 얼마나 예쁘던지. 힘들었던 잠깐의 시름이 한번에 날아갔다. 그 날 심은 모종은 들깨였다.

들깨버섯전골을 준비하노라니 양손 가득했던 깨향의 기억이 다시 만져지는 듯 소중하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진 들깨버섯전골은 산에서 나는 고기라 불리는 쫄깃한 버섯과 신선한 들깨가루를 어울려 보글보글 냄비에 담아 낸 음식이다.

들깨는 오메가3가 풍부한 식재료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오메가3는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의 수준을 낮추고 혈전을 방지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심장질환을 예방한다. 전체적인 신체 면역력을 강화시켜주고 비타민 D와 함께 정신건강에도 유익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들깨속의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은 항산화 활성 및 대장암과 폐암등 각종 암세포의 주요 특징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동의 보감에서는 들깨를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속을 보하고 골수를 메워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들깨는 보관이 중요한 식재료이다. 쉽게 산화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단기간에 먹는다면 냉장보관하되 조금 더 오래두고 먹을 경우에는 잘 밀봉해 반드시 냉동 보관한다.

기본 육수는 채수를 사용한다. 채수는 표고, 무, 양파, 다시마, 대파를 넣는다. 대파는 뿌리째 양파는 껍질째 사용하면 더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재료들을 찬물에 넣어 끓이기 시작해 센불에서 끓어오르면 중불과 약불로 옮겨 40분 정도 우려낸다.

채수가 준비 되는 동안 버섯은 가지런히 썰어 준비하고 쑥갓이나 호박 등의 곁 야채들은 알맞은 크기로 썬다. 적당한 냄비에 손질한 재료들을 차곡차곡 담고 채수를 자박하게 부어 불에 올린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들깨가루를 넉넉히 넣고 불을 끈다. 여기에 부드러운 현미 떡국떡이나 만두등을 곁들여 내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오늘은 쫄깃한 버섯과 들깨향이 어우러진 따끈한 전골요리로 건강밥상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들깨버섯전골

*재료: 표고, 느타리, 새송이 등의 버섯 한줌씩, 호박 반개, 쑥갓 한줌, 들깨가루, 마늘 약간, 소금 약간, 가루간장 약간

채수- 표고, 무, 양파, 다시마, 대파 등

 

*만드는 법:

  1. 채수 재료들을 찬물에 넣고 40분 정도 끓여 준비한다.
  2. 버섯과 야채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적당한 그릇에 보기 좋게 담고 채수를 자작하게 붓는다.
  4. 끓어오르면 소금과 가루간장으로 간하고 들깨가루를 넣은 후 불을 끈다.

 

서정아의 힐링건강요리교실

문의ssyj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