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의 건강밥상] 호박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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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요리연구가

 

회색 빛 하늘에서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날린다. 미시간 호수 바람을 타고는 고층건물들 사이를 내리는듯 하다 다시 하늘로 가려는듯 이리 저리 날아다닌다. 창 밖의 눈 내리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이게 바로 시카고지’ 하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눈 많은 시카고에서 몇 번의 겨울을 지내는 동안 하얗게 쌓인 눈 속에 있는 파릇파릇 살아있는 초록 잔디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하얀 눈꽃들이 건물들을 아름답게 수 놓는 겨울 따뜻한 사람들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까르르 웃는 웃음 소리 속에 푸르른 봄이 같이 있음을 느낀다.

 

단호박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 단백질, 탄수화물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성분 가득한 식재료이다. 맛이 밤처럼 달아 밤호박이라 불리기도하는 단호박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에 사용된다. 겉은 초록빛으로 단단한데 속은 부드럽고 노란 황금색을 띠고 있는 단호박은 껍질에 영양분이 풍부해 껍질째 섭취하는 것이 좋다.

 

오늘 사용할 또 다른 식재료는 콩이다. 콩에 풍부한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혈압을 낮춰 주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콩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서 포도당의 흡수 속도를 낮춰 당뇨에 도움을 주며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소개하는 호박 범벅은 집에 있는 콩과 단호박, 고구마만 있다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고구마가 없다면 단호박만 사용해도 좋다. 콩과 팥은 삶아 두고 단호박이 자박자박하게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뭉근히 끓여 으깨고 찹쌀가루를 넣는다. 삶아 둔 콩과 함께 잘 섞어 내면 호박범벅 완성이다.

 

단호박과 고구마의 노란 빛깔 속에 색색의 콩들이 풍덩 빠져 있다. 흰콩 검은콩 노란콩 등을 부드럽게 삶아 두면 언제든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호박범벅. 그야말로 영양이 가득 담긴 영양범벅이다. 달콤한 단호박과 고구마를 부드럽게 끓이고 삶아 둔 고소한 콩들과 버무려 황금빛 범벅을 만든다.

 

단단한 단호박을 손질하기 어려워 망설여진다면 전자레인지나 오븐을 이용해보자. 단호박의 크기에 따라 필요한 시간은 다르지만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넣어 겉만 살짝 익혀 자르면 손질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현미찹쌀가루를 구하기 어렵다면 찹쌀 현미를 불려 곱게 갈아 사용해도 좋다.

 

황금빛 범벅은 달콤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워 자꾸 자꾸 먹게 된다. 한 입 더 한 수저 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한 그릇 뚝딱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금빛 범벅을 나누어 보자. 노란 빛깔 단호박을 만드신 분께 감사하며 푸르른 봄처럼 싱그러운 기운을 우리 안에 품어 보자.

 

호박범벅

 

재료

단호박 1통, 고구마 2개, 각종 콩들 1.5 컵, 팥 1 컵, 현미 찹쌀가루 반 컵, 잣 약간, 대추 약간

소금 약간

 

만들기

  1. 콩들과 팥은 삶아 익힌다.
  2. 단호박과 고구마는 깍둑썰기 한다.
  3. 단호박과 고구마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센불에서 끓인 후 중불로 옮겨 은근히 끓이고 으깬다.
  4. 단호박과 고구마가 익으면 현미찹쌀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5. 삶은 콩들과 팥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6. 잣과 대추를 올려 낸다.

 

서정아의 힐링건강요리교실

문의ssyj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