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게슈탈트 이론과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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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에 일부러 틀리거나 불완전한 설명을 해놓으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이야기다. 만일 누군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얻고 싶다면 “무엇에 대해 좀 알려 주세요” 이렇게 인터넷에 올려 여러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보다, 일부러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불완전한 사실이나 잘못된 사실을 올려놓는 것이 남들로부터 더 정확한 대답을 빨리 이끌어 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내용은 다른 사람의 주목을 더 쉽게 받는다. 그리고 남들로부터 잘못을 수정하거나 부족함을 보완해 주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더 빨리 얻어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완결성의 원리(Law of Closure)’라고 부른다. 동그란 모양의 선이 군데군데 연결이 안 되고 떨어져 있더라도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선을 모두 연결해서 동그란 모양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원래 닫혀 지고 연결된 형태는 열려진 형태보다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조금 남은 틈을 채우려고 하거나, 미완성이 된 모양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마케팅에서는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일부러 광고를 조금 부족하거나 불완전하게 함으로써 여운을 남겨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부족한 광고를 완성하려는 욕망을 부채질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기도 한다.

완결성의 원리는 원래 1920년대에 막스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를 비롯한 독일의 심리학자들 사이에 시작되어 큰 흐름이 되었던 게슈탈트 학파가 주장한 심리학 원리들 중에 하나이다. 게슈탈트 학파의 이론은 인간이 이해하고 경험을 하는 요소는 낱개나 부분으로 나눌 수없는 일종의 ‘전체적인 구조’라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그래서 인간 각각의 개별적인 감각들은  모든 감각 영역의 전체 구조 속에 지배가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게슈탈트 학파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전체는 부분의 기계적인 모든 합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게슈탈트’는 ‘형태’나 ‘구조’라는 뜻의 독일어이다. 게슈탈트 법칙(Gestalt Factors)이라고 알려져 있는 원칙은 완결성의 원리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근접성의 원리(Law of Proximity)다. 이것은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있는 것들을 한데 묶어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켓에서도 물건들을 서로 가까이에 배열하면 그 물건들이 서로 별로 연관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소비자들은 그것들을 한데 묶어서 같은 종류로 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파는 생활용품들도 서로 관계가 없는 상이한 물건들이라고 할지라도 편의점 한곳 안에서 모두 근접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유사한 묶음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법칙에는 유사성의 원리(Law of Similarity)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비슷한 것끼리 한 묶음으로 묶어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 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칫솔과 치약은 비슷한 제품이다. 또한 쌀과 보리도 유사한 제품이며, 밀가루와 부침가루도 유사한 제품이다. 이렇게 유사한 제품들을 같은 공간에 배열을 한다든지, 한 묶음으로 묶어 판매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돈을 줄이고 쇼핑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유사성의 원리를 잘 이용하면 궁극적으로 매장은 판매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또한 좋은 연속성의 원리(Law of Good Gestalt) 는 사람들이 불완전한 모양이나 정보를 ‘좋은 연속체를 이루는 방향으로 지각 한다’ 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소비자들에게 할인행사를 하던 유통업체에서 어떤 해에는 할인행사를 하는 대신에 제값을 다 받기로 했다고 하자. 대신에 이 유통업체는 할인에 해당되는 금액만큼 불우한 이웃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광고를 했다고 하자. 이 경우에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할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할인받지 못한 금액만큼 자선사업에 기여했다고 스스로 예상하게 될 것이다. 이 유통업체가 지금까지 선량하게 할인행사를 꾸준히 해왔기에 그 연속선상에서 좋은 뜻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