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너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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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너희같은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하겠니? 회사가 어려워지면 너희들을 전부 자를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너희가 하는 일은 너희들을 전부 해고하고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있다.’ 다니던 직장의 대표가 나와 내 동료들에게 했던 말이다. 15년쯤 전 일이다. 섭섭하기도 했고 치욕스럽기도 했다. 이 말은 내가 내 스스로의 보스가 되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나는 절대로 저런 말을 부하직원에게 사용하지 말아야 겠다는 결심도 하게했다.

최근에 대니얼 코일이라는 작가는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성공한 회사나, 특출난 팀이 어떤 면에서 남들과 다른 지를 설명한다. 작가는 3년간 프로스포츠 팀, 특수부대, 영화사, 극단등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집단을 찾아 다녔다. 그에 따르면 성공한 집단은 특별한 행동양식이 있다고 한다. 성공한 팀은 다른 팀과 달리 조직내 구성원들이 안전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조직이 안전했기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조직내의 구성원들은 하루종일 바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의 생각을 아주 단순화시켜 보면 머릿속에서는 딱 한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이 조직에서 안전한가’ 라는 생각 말이다. 작가에 따르면 개인은 조직과 ‘연결’ 되어있다는 느낌과, 이 조직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있어야 성과를 낸다고 한다. 그런데 조직에서 구성원에게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는 결정적인 사람은 그 집단의 리더라는 것이다. 리더가 조직의 한사람 한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연결’과 ‘안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15년전 내가 보스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 되새겨 보자. 회사가 어려워지면 전부 해고란다. 조직과의 ‘연결’은 끊어지고, 안전감은 곤두박질 치게 하는 말이다. 조직을 잘 끌고가겠다고 그토록 굳은 결심을 한 나였지만, 나에게도 커다란 위기가 있었다. 개업하고 몇년이 지나 사무실이 어느정도 안정이 되는가 싶던 때였다. 그동안 함께 고생을 했던 중요한 직원들이 갑자기 대부분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믿었던 직원들은 그만둔다고 하고, 평소에 말을 잘 듣지 않았던 골치아픈 직원들만 계속 남아있겠다는 것이었다. 고용주 입장에서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싫어도 끝까지 내 곁을 지키겠다는 직원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만두겠다는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사정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일단 그만두겠다는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먼저 원인을 파악해 보기로 한 것이다. 대화 조차도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대화를 했다. 당시에 내가 파악한 원인은 이런 것이었다. 당시 나는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로스쿨도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일에 많은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직원들 스스로 각자 자기 일을 나누어 분담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착하고 일도 잘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고객들은 불만이 있으면 나에게 직접 그 불만을 이야기 한다. 고객들에게 불만을 들으면 나는 도대체 누가 그 일을 처리 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한 직원을 찾아서 혼을 냈다. 그 직원은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영악하고 이기적인 직원들은 내가 시키지 않은 일을 스스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대로 자발적으로 그 일을 맡아 하던 직원들은 불만이 쌓였던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후에, 남겠다고 하던 직원들을 먼저 떠나 보냈다. 그리고 떠난다는 직원들에게 매달렸다.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고 말이다. 그들은 나에게 기회를 줬다. 다행히 지금까지 십년 넘게 그들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망해가는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이직율이 높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에 심리적인 안전감이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안전감은 ‘좋은 의도로 한 일이 나중에 비난이나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때 생긴다. 구멍가게라도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종합예술이다. 그 예술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 같이 있고싶은 사람에게는 안전감을 주어라.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고, 그들이 꼭 필요하다는 믿음을 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