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누가 덜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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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참으로 어렵다. 조금이라도 덜 나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미국의 대통령후보들 이야기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두 대통령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60%를 육박하고 있다. 오늘은 양당의 대통령후보 두사람의 소득세 보고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다 보여주었고 트럼프는 꼭꼭 감추었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은 이렇게 자신의 소득을 다 보여주고도 지금 신나게 욕을 먹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자신의 소득세 보고에 대해서 IRS(국세청) 감사가 진행중이라 자신의 소득세 보고서를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대통령후보가 반드시 자신의 소득세 보고를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닉슨대통령 이후 대통령후보의 소득세 보고 공개는 관례가 되어 왔다. IRS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IRS의 감사가 진행중이라고 소득세 보고를 공개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힐러리 클린턴의 2013년, 2014년 및 2015년 소득세 보고서를 한번 들여다 보자. 참 많이도 벌었다. 2013년 한해 동안에는 2천7백만불을, 2014년 한해 동안은 2천 8백만불을 벌었고, 2015년 1년간은 천 육십만불 가량을 벌었다. 한국 화폐단위가 더 익숙한 분들을 위해 원화로 바꾸면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년에 3백억이 넘는 돈을, 2015년에는 백억이 넘는 돈을 벌어 들인 것이다. 클린턴 부부 수입의 대부분은 연설 수입(Speaking)이라고 되어 있다. 나머지는 책을 쓰고 저작권료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클린턴 부부의 소득세 보고서만 보고 이들이 참 많이 벌었다고 놀라기엔 아직 좀 이르다. 이들 부부가 매년 자신들의 소득 중에서 10% 정도를 꾸준히 기부한 곳은 자신들이 만들고 자신들이 경영하는 클린턴 재단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이 클린턴 재단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기부를 받은 돈은 무려 20억불이다. 한국돈으로 하면 2조원이 넘는 돈이다.

이미 미국 대통령을 지낸 남편 빌 클린턴과 이번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아내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두사람의 외동딸인 첼시의 이름으로 설립한 이 클린턴 재단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여성문제 해결, 아동 에이즈 환자의 무료 치료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첫 번째는 미국내 기부금 의혹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부장관 시절 특정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들에게서 후원금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그 것이다. 최근에 AP통신이 힐러리 전미국무부장관의 일정을 분석한 결과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시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민간 이익단체 인사 154명 가운데 최소한 85명 이상이 클린턴재단에 기부를 한 사람이라는 결과가 있다. 이것은 그들을 만난 것이 먼저이든지, 기부를 받은 것이 먼저이든지 순서에 관계없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기부가 먼저 이루어지고, 장관이 기부한 사람들을 나중에 만나 준 것이라면, 거액을 기부한 댓가로 장관이 기부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장관이 그들을 먼저 만난 후에 기부가 이루어 졌다면,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그들에게 기부를 강제로 종용한 것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두번째는 해외로부터 받은 기부금 의혹이다. 클린턴 재단이 사우디 아라비아 등 주로 중동국가의 정부나 부자들로부터 어마어마한 기부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에서 엄청난 기부를 받는다는 사실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기부를 받은 대신에 그들의 로비를 언제든지 들어주는 로비 창구로 클린턴 재단이 이용되었을 수 있다는 의혹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같은 논란이 벌어지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앞으로 클린턴 재단은 기업이나 외국정부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고, 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그리고 미국 내 독립 기관으로부터만 후원금을 받겠다고 발표한다.

다 쓰고보니 클린턴과 클린턴 재단에 대한 의혹에만 집중한 글이 되었다. 비교적 간단한 클린턴 부부의 세금보고서가 40여 장이 넘으니 트럼프의 세금보고는 훨씬 더 두꺼울 것이다. 또한 그는 어마어마한 부동산 부자이니 그의 세금보고서는 훨씬 더 복잡하고 의혹 투성이일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세금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필자의 마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