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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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오늘은 조금 야한 농담으로 시작하자. 하지만 충분히 교훈적인 이 이야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다. 어떤 젊은 남자가 낙타에 짐을 가득 싣고 혼자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음식과 물은 충분했다. 하지만 어쩌다가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게 되었다. 그래서 한 달여 이상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헤매게 되었다. 물과 음식은 충분했기에 걱정이 없었지만 이 젊은이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한창 혈기 왕성했던 나이였던지라 여인에 대한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갑자기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짐을 싣고 같이 길을 가던 낙타가 마침 암컷이었던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낙타에게 엉뚱한 짓을 좀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시도라도 해보려고 낙타의 뒤쪽으로 갔는데 낙타가 어찌 알았는지 뒷발질을 몹시 하는 바람에 낙타에게는 가까이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저 멀리서 아름다운 여인 한명이 이 젊은이에게 다가 오는 것이 아닌가? 그 여인은 이 젊은이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제가 사막에서 길을 잃어 며칠 동안을 굶었으니 저에게 식량과 물을 주시면 당신이 원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남자는 그 여인에게 식량과 물을 준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렇게 부탁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저 낙타의 뒷다리 좀 잡아 주세요.”

우리는 중요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나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을 정한다. 수단은 단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표와 수단을 혼동한다. 급기야 수단에 불과한 것들을 목표로 착각해서 그것에 집착하며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투자의 귀재’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렌 버핏이 자신의 전용기 조종사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방법이 눈에 띈다.

워렌 버핏이 자신의 비행기 조종사에게 했다는 이야기다. “당신에게도 한때 내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중요한 꿈이 있었지요?” 조종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버핏은 인생의 목표와 수단을 구분하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단다. “자신의 직업에서 중요한 목표를 찬찬히 고민해서 25개를 적으세요.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5개에 동그라미를 치세요. 그리고 반드시 그 다섯 가지에만 집중하세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나머지 20개를 철저히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 사람은 시간과 능력에 제한이 있다. 그래서 많은 목표에 정신을 쓰다보면 가장 중요한 목표를 잃어버리거나 정작 중요한 목표와 수단이 혼동될 때가 있다.

최근에 식당 한 곳에 갔다. 텔레비젼에도 소개가 된 유명한 맛집이었다. 그 곳에서는 하루에 딱 정해진 수의 고객만 받는단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아침부터 직접 가서 예약을 해야 저녁때가 되어서나 겨우 먹을 수 있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전에 예약을 해놓고는 돌아가서 오후에 다시 와서 식사를 한단다. 일행 중 한사람이 오전에 미리 가서 예약을 해 놓은 덕분에, 나머지 일행은 저녁 6시에 모두 모였다.

식당에 도착했더니 먼저 예약확인을 한다. 그리고 무슨 음식을 먹겠냐고 묻는다. 음식주문을 했더니 종업원이 다시 묻는다. 한번 음식을 주문하고 나면 추가 주문이 안 되는데 괜찮으시겠냐는 것이다. 음식의 추가 주문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일행이 따지자, 재료도 한정이 되어있고 다음 손님들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한번 주문한 음식만 만들고 추가 주문은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괘씸했다. 도대체 이 식당은 손님을 뭘로 아는가? 자신들이 방송에 좀 나왔고, 음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손님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 목표인가?

식당이라는 사업의 목표는 고객에게 맛있고 영양도 많은 음식을 제공해서 고객만족을 이루고 이윤도 극대화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 목표가 있고나서 그 목표를 위해서 여러가지 부차적인 수단들이 있는 것인데 이 식당은 원칙인 양 그런 부차적인 수단들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앞으로는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자마자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깨끗한 식당이나 찾아서 다녀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