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돈이란?

1981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노력에 대한 보상, 지혜의 결과, 능력의 증명’이란다. 돈에 대한 어떤 정의다. 이 정의는 내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액자 안에 한자로 적혀 있다. 한시(漢詩)다. 제목은 돈이란 의미를 가진 ‘전(錢)’이다. 이 액자는 처음 내가 사무실을 개업할 때 선배 한분이 선물한 것이다. 시카고 차이나 타운에서 구했다고 한다. 누구의 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돈의 긍정적인 면을 적어 놓았다. 그래서 가끔 이 시를 바라보면서 혼자 웃곤한다. 어렸을 때 우리는 부모로부터 ‘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 또한 자식에게 돈을 줄 때는 화를 내고, 돈을 받을 때는 즐거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부모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식에게 돈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내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한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매년 마지막 날, 딸아이와 아내, 그리고 나는 모노폴리 게임을 해왔다. 빈 땅에 집을 짓고 세를 받는 게임이다. 그해 마지막 날도 세식구가 모노폴리 게임을 하고 있었다. 딸아이는 돈을 거의 다 잃었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딸아이는 안절부절하며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겨울 내복을 입고 돈이 부족해서 쩔쩔매는 딸을 지켜보며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게임에서 가짜 돈을 잃고 쩔쩔매는 딸을 보는 것도 가슴이 정말 아팠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로 돈이 없어 딸이 저렇게 쩔쩔 맨다면 내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모든 부모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내 경험으로 안다.

미국에 와서 처음 집을 살 때였다. 클로징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융자를 해주기로 한 은행에서 갑자기 5천불을 더 다운페이 하라고 했다. 빠듯한 사정이라, 오천불을 구할 길이 막막했다. 보다못한 집사람이 서울로 자기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장모님은 이미 지불한 계약금이 얼마냐고 물으셨다. 건축회사에 이미 지불한 돈은 8천불이었다. 집을 사지 못하면 그 돈을 전부 잃게 되는 상황이었다. 서울에서 돌아온 대답은 ‘집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 날 자기 어머니께 들은 말씀을 아직도 기억한다. ‘너희들 지금 사는 집도 충분하다.’ ‘방한칸에 여섯사람이 사는 가정도 많이 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아라.’나는 그 때 돈이 없어 쩔쩔매면서 결심했다. 살면서 다시는 이런 경우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서울에 가서 장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때 장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니 지금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의 섭섭한 감정은 우리 부부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같다.

돈의 기능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돈은 가치를 나타낸다. 세상에는 돈으로 가치를 나타낼 수없는 것들도 많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돈으로 표시가 가능하다. 두번째, 돈은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원시 시대에는 자기가 만든 물건과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바꿨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먼저 돈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을 산다. 돈의 세번째 기능은 부를 저장하는 것이다. 은행에 기록된 숫자는 그 사람이 가진 재산을 말해준다. 오늘날 현금으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돈은 은행에 숫자로 기록되어 있다. 결국 돈은 숫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돈 때문에 세상의 누군가는 자유를 포기한다. 누군가는 죽기도 한다. 돈이 부족하면 근심이 생긴다. 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 또한 근심하고 괴로워한다. 다른 모든 것처럼 돈도 적당히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같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북미 대륙에 살던 크리족 인디언들에게 전해져 온다는 시를 되새기며 돈에 대한 단상을 마무리 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