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두살짜리 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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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팬티만 하나 입은 귀여운 꼬마녀석이 연이어 줄담배를 피워댄다. 주위에 모인 부모와 친척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그녀석을 바라본다. 녀석은 담배 연기로 묘기까지 부린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두살짜리 이 꼬마는 하루에 담배를 두갑씩 피웠다.

 

미국에서 담배광고는 불법이다. 잡지나 텔레비젼, 도심의 광고판, 그 어디에서도 이제는 담배광고를 찾아 볼 수 없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을 타고 강물을 건너면서 밧줄을 빙빙 돌리는 멋진 말보로 맨은 이제 더 이상 미국에는 없다. 미국을 떠난 말보로맨이 자리잡은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다. 선진국에서는 담배 광고도 못하고, 담배에 붙는 징벌적인 과세탓에 담배값은 계속 올라만 간다. 이런 이유때문에 담배회사들이 눈을 돌린 곳이 후진국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아직 정부가 담배를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아서 담배회사들에게는 천국인 것이다. 거리에는 담배를 선전하는 광고판이 즐비하다. 텔레비젼에서는 담배광고가 연이어 나온다. 초중고등학교 근처에는 담배가게가 몰려있다. 학생들은 함께 모여서 연신 담배를 피워댄다.

 

미국에서는 꾸준히 흡연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1960년대에는 절반 가량이 피우던 담배를 이제는 미국인의 20%정도만 피우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흡연인구는 전체 인구의 70%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거의 전부 흡연에 노출되어 있다. 이제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서서히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두살짜리 꼬마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들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직접 나섰다. 두살짜리 아이와, 아이의 부모를 정부가 흡연교실에 보낸 것이다. 현재 저 가족은 아이를 비롯해 부모 모두가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담배를 판다.

 

워렌 버핏은 일찌기 담배만큼 뛰어난 제품은 세상에 없다고 주장했다. 만드는데 1센트가 든다면, 가격은 그 백배인 1불을 받고, 한번 사용한 소비자들은 중독까지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원시인 취급을 받기 싫어 담배를 끊었던 필자도, 한때 고국의 공항에 내리면 제일먼저 담배부터 하나 사서 물었다. 미국에서는 한갑에 10불 짜리가 고국에서는 2,500원이면 사던 시절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담배 한갑에 4,500원이다. 게다가 요즘은 서울이 시카고보다 담배 피울 곳이 더 줄어든 느낌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장하준 교수는 스웨덴과 인도의 버스 운전 기사 사이의 임금을 비교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는 인도의 버스 운전사에 비해서 무려 50배나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생산성이 높으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버스 기사가 인도의 기사보다 더 운전을 잘할까? 스웨덴에서는 똑바로 쭉 뻗은 길을 따라 버스 기사는 직진 차로만 운전하면 된다. 하지만 인도의 운전 기사는 굽이굽이 돌아 가야 하는 비포장 도로를 운전해야만 한다. 게다가 인도의 운전사는 하루에도 몇번씩 길에 뛰어드는 소달구지를 피해야만 한다. 더 어렵고 더 힘든 운전을 해야만 하는 것은 인도의 버스 운전 기사인 것이다. 그런데 왜 더 쉬운 운전을 하는 스웨덴의 기사보다 훨씬 힘든 운전을 하는 인도의 버스 기사가 50배나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일까?

 

미국에 제일 처음 와서 필자가 놀란 것은 대도시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들을 보고 나서다. 미국에는 백인 거지도 있고 흑인 거지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필자가 고국에서 그토록 잘하고 싶었던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쓰레기통에서 남이 버린 피자를 주워 먹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유무역시대라고 한다. 세계에는 국경이 없어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워렌버핏의 말을 다시 한번 빌리자. 그는 자신이 세계최대의 주식부자가 된 것은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말을했다. 이민이 자유롭다면, 스웨덴과 인도의 버스기사 사이에 임금격차는 없을 것이다. 인도기사들이 스웨덴에 가서 운전할 것이기때문이다. 시카고의 거지들은 서울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고 햄버거를 사먹을 것이다. 미국에서 쫓겨난 담배회사들이 후진국으로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경제는 단순히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제는 각국의 이민정책과, 각 나라의 국력이나 국부, 정치력, 규제 등 이 모든 것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