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리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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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잘 알려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전에 한두시간쯤 기다리는 일이 미국에서는 자주 벌어진다. 특히 Mother’s Day나 Father’s Day같은 기념일에는 더더욱 그렇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맛집에 가보면 기다리는 줄이 끝없이 늘어선 곳이 제법 많다. 어떤 식당에서는 번호표를 나누어 준다. 밥한끼 먹겠다고 식당 밖에서 번호표를 들고 몇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이 식당 주인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진다. 그저 자기가 유명한 맛집의 주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흐뭇해 할까? 아니면 긴 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늘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을 할까? 아마 대부분의 주인들은 손님들을 기다리지 않게 하기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 한번쯤은 깊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음식의 가격을 올리거나, 식당의 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음식 가격을 올렸다가는 화가 난 손님들이 전부 발길을 돌려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임대료와 같은 고정비는 일단 한번 늘리면 줄이기가 어려워서 나중에 고객이 줄어 들기라도 하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맥도날드를 창업한 맥도날드 형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속도였다. 그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만해도 미국의 대부분의 드라이브 인(Drive-in)식당들은 손님이 주문을 하면 직원들이 손님의 자동차까지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릇은 무거웠고 손님의 차까지 가져가는데 시간도 꽤 걸렸다. 그래서 맥도날드 형제는 소위 ‘SPEEDEE SERVICE SYSTEM’라는 것을 개발한다. 맥도날드 형제는 먼저 음식의 가짓수를 줄였다. 처음에는 음료수와 감자튀김, 그리고 햄버거가 전부였다. 그리고 주문할 음식의 종류를 표준화한다. 메뉴에 번호를 매겨서 주문을 간단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주방에서 요리할 때 요리사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있도록 주방을 설계했다. 이것이 오늘날 주문한 뒤 30초 후면 음식이 나오는 맥도날드의 신화를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있다.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의 하나인 MIT의 경영대학원을 슬론(Sloan)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 리틀(John Little)교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리틀교수가 발견한 법칙을 소위 ‘리틀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법칙이라고 하니까 대단한 것 같지만 실은 간단하다. 리틀의 법칙은 식당이나 가게에 평균적으로 머무는 손님의 수는 그 식당에 오는 손님의 총 숫자에 그 손님들이 평균적으로 머무는 시간을 곱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시간동안 영업을 하는 어떤 옷가게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옷가게에 하루에 방문하는 고객의 총 숫자는 평균 100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한 손님이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1시간이라면 하루중에 아무 때나 이 가게에 갔을 때 이 가게에는 평균적으로 10명의 손님이 있게 된다. 10시간에 100명이 들어오니 1시간에는 평균 10명의 손님이 들어 온다. 10명의 손님이 들어와서 평균 1시간을 머물다가 나가는 것이다. 만일 이 가게에 종업원이 2명이 있다면 종업원 한사람이 동시에 5명의 고객을 늘 응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다면 이 가게에는 평균적으로 다섯명의 손님이 머무르게 되고 종업원 한사람이 평균적으로 응대하는 고객은 2.5명이 되는 것이다.

식당을 확장하는 것이 어렵다면 식당에서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부분의 식당은 고객이 자리를 잡고나서 한참 뒤에야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또 한참 뒤에야 주문을 받으러 온다. 그리고 식사는 더 한참을 기다려야 나온다. 하지만 기다리는 고객의 줄을 짧게 하기 위해서 어떤 식당들은 기다리는 고객에게 주문을 미리 받고 계산도 미리 받는다. 그리고 주문을 받자 마자 음식을 만든다. 물론 고급식당에서는 어렵겠지만 일반 식당에서는 주문과 요리를 신속화, 표준화 함으로써 고객이 식당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리틀의 법칙을 응용할 수 있는 곳은 아주 많다. 이 법칙은 기업이 재고를 얼마나 유지해야 할 지를 결정하는데 사용된다. 또한 기업이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현금을 유지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