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뭘로 계산하실래요?

1803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의아했던 것은 아직도 이곳 사람들이 수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은행에서 인쇄해 준 수표 용지에 개인이 서명을 해서 누군가에게 주면 그것을 받은 사람은 현금처럼 은행에 입금을 한다. 이것이 미국에서는 흔하게 사용되는 지급 수단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발급한 수표를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때문에 미국에 처음 온 사람들이 수표를 사용하는 일은 몹시 낯선 일이다.

2016년에 미국의 소비자들이 어떤 지급수단을 이용하는 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좀 살펴 보자. 지금 당장 물건을 사고 돈을 내야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으로 계산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고 대답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직불카드(은행 현금카드)로 결제하겠다고 대답을 했었다. 그런데 2016년에 처음으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의 숫자가 직불카드로 결제하겠다는 사람을 뛰어 넘은 것이다. 신용카드로 지급하겠다는 사람은 40% 였다. 반면에 35%만 직불카드로 계산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현금으로 계산하겠다는 사람은 11%였다. 나머지 14%는 각양각색이었다. 선불카드나, 백화점카드, 또는 가게에서 발급한 카드등 여러가지 대답이 나왔지만, 그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대답한 결과는 페이팔(PayPal)이었다.  페이팔은 인터넷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결제 수단이다.

아직까지도 집으로 청구서를 받아서 그걸 지급해야 하는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표를 사용했다. 친구나, 가족, 수리공같은 사람에게 직접 돈을 줘야 할때 35%의 사람이 현금을 사용한다고 대답했고, 22%의 사람들은 수표로 지급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기타 여러가지 청구서에 대한 지급을 할때 15%가 넘는 사람들이 아직도 수표를 사용한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같은 곳에서 큰 돈을 사용할때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에 수퍼마켓이나 주유소 같은 곳에서 적은 금액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에는 직불카드를 더 많이 사용했다. 신용카드를 한장만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9%인 반면에 직불카드를 한장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려 71%였다. 60% 가까운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는 두장 세장 가지고 있었지만, 열명중에 일곱명이 직불카드는 한가지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에 따라 지불 수단에 차이가 있었다. 18세부터 24세 사이의 젊은이들은 직불카드(47%)와 현금(18%)의 사용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에 25세부터 34세 사이에서는 신용카드(57%)의 사용율이 가장 높은데 반해서 현금(5%)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가장 낮았다. 아마도 24세 미만의 학생들은 신용이 낮아서 신용카드를 많이들 가지고 있지 않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도 한도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수입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신용카드 사용율이 높았다. 반면에 수입이 낮은 사람들일 수록 현금을 사용한다는 답변이 높았다. 연간 15만불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70%가까운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했다. 반면에 연간 소득이 2만 5천불 미만인 사람들은 현금을 사용하겠다는 사람(23%)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사람(22%)보다 더 많았다.

오늘날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신용카드가 너무나 일반화되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신용카드가 제일 먼저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저걸 사용할까 하고 의구심을 가졌다. 소비자가 가게에 가서 그냥 돈을 지급하고 물건을 사면 그만이지 왜 카드 회사가 중간에 끼어서 거래를 복잡하게 할까? 게다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일시불로 전부 다 갚으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데 따른 이자나 수수료도 없는데, 도대체 신용카드 회사는 무얼 먹고 사는지 개인들은 궁금할 법도 하다. 물론 요즘은 연회비라는 것을 개인들에게 받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카드회사들은 개인들에게는 카드 사용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반면에 카드회사는 카드를 받는 기업이나 가게들로부터는 가맹점 수수료라는 것을 받는다. 적게는 카드 사용금액의 1% 도 받고, 많이 받는 곳은 3%를 넘게 받기도 한다. 또한 고객들이 카드를 한번 사용할 때마다 10센트 정도의 수수료를 가게에 청구하기도 한다. 게다가 개인 카드 사용자들이 카드 사용대금을 일시불로 한번에 갚지 않고, 할부로 나누어서 갚으면, 카드회사는 이에 대한 이자도 받는다. 마치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카드를 쓴 사람이 카드회사에 돈을 갚든 갚지 않든, 카드 회사는 가게에 수수료를 뺀 대금을 몇일 안에 일시불로 전부 지급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