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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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예전에도 얼핏 몇번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본 적은 없었다.  한국의 여자선수들은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입장료와 시간을 지불하면서 그 선수들을 응원하며 그들을 지켜보고있다. 컬링이라고 부른단다. 게임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둥그런 돌을 빙판에서 밀어 상대방보다 목표지점에 더 가까이 세우면 이기는 경기다. 동계 올림픽의 정식 종목이란 사실도 이번에야 알았다. 요즘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집에서 빗자루를 들고 로봇청소기를 따라다니며 이 게임을 흉내 낸다고들한다. 경기를 가만히 지켜 보고있자니 드는 생각이 있다. 저 게임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빙판을 저렇게 열심히 비빈다고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우리가 먹고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온통 먹고 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 천지다. 둥그런 공을 발로 차서 골대 사이에 넣는 축구경기도 그렇다. 그걸 잘하면 수백만불, 아니 수천만불을 받는다. 테니스나 야구경기는 또 어떤가. 수십억씩 버는 배우나 가수들이 이 세상에서 지금 당장 모두 사라져도 우리가 먹고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농부들이나 어부들 또는 식당이나 식료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빼면 먹고 사는 것과 관계가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그리 많지 않은 것같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농부나 어부들보다도 먹고 사는 것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일들을 잘하는 사람들이 돈을 훨씬 더 잘 벌고 더 좋은 것을 먹고 산다.

디지털 게임 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어린 아이나 젊은이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걸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다. 하지만 어른들이 외면하는 사이에 게임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2017년, 작년 기준으로 전세계 디지털 게임시장의 규모는 천억달러가 넘는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100조원이 훨씬 넘는 규모다. 천억달러의 디지털 게임 시장중에 30%에서 40%는 휴대폰 게임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과 애플이 전세계에 전화기를 보급하면서 휴대폰 게임 시장도 이렇게 엄청난 규모로 커진 것이다. 식당이 장사가 안되고 세탁소들이 문을 닫는 동안 이 세상의 젊은이들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해서, 어렸을때 배운 산업에 대한 내용을 잠깐 복습해 보자. 1차 산업은 땅과 바다와같이 자연환경을 직접 이용해서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농업이나 임업, 축산업, 수산업이 1차 산업이다. 이것이 소위 우리가 먹고 사는 것과 직접 관련된 산업이다. 2차 산업은 1차 산업에서 얻은 자원을 가공해서 우리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나 에너지를 만드는 산업이다. 주로 공장에서 하는 일이다. 옷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건축 사업이 2차 산업이다. 3차 산업은 1차나 2차 산업에서 생산된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거나,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산업이다. 소위 유통업이나 금융업이나 모든 서비스업이 3차 산업이다. 요즘은 3차 산업을 더 세분화해서 4차, 5차 산업이라는 말까지 한단다. 4차 산업은 정보, 의료, 교육산업과 같이 지식 집약적 산업을 가리킨다고 한다. 5차 산업은 오락이나 레저산업을 말한다. 그러고 보면 컬링이나 게임산업도 굳이 나누자면 5차 산업쯤 되겠다.

선진국일수록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식량이 풍족하니, 더더욱 1차 산업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분야가 커지는 것같다. 하지만 온 세상이 모두 4차, 5차 산업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 오락이나 게임산업이 저렇게 커지고, 빗자루로 열심히 빙판을 비비고 있을때, 아직도 전세계 인구의 7분의 1은 굶주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상에 살아있는 인구 70억중에 10억 가량은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고국에서 주최하는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마냥 즐기고, 젊은이들을 따라 디지털 게임도 좀 따라 하면 좋을텐데, 갑자기 컬링을 보고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떠오르고, 우리가 밥을 먹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