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비지니스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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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

오늘은 “복식부기” 라는 개념에 대해서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사업을 오래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도 “회계”라고 하면 별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이 “복식부기” 때문입니다. 복식 부기는 영어로는 Double-entry Bookkeeping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어떤 한가지 사건에 대해서 한 번만 표시하지 않고(단식) 두 번을 표시한다는 말입니다.

“복식부기”라는 말은 “단식부기”와 반대되는 말입니다. 복식부기를 이해하기 전에 단식부기라는 말부터 한번 이해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식부기는 말 그대로 돈이 들어오거나 나간 사건을 한번만 기록을 하는 것입니다. 단식부기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부들이 작성하는 가계부입니다. 일반 주부들이 가계부를 작성할 때, 돈이 들어오면 수입이라고 쓰고 금액을 적습니다. 이 금액은 더해줍니다. 그리고 돈을 사용하면 그 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지출한 내용을 적고 금액을 적습니다. 이 금액은 빼 줍니다. 이렇게 쭉 적어 내려 가다 보면 언제든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잔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은행통장을 봐도 똑같습니다. 돈이 들어오면 날자와 금액을 적고 더해줍니다. 돈이 나가면 역시 날자와 금액, 그리고 누구에게 나갔는지를 적고 빼 줍니다. 언제든지 현금잔고를 정확히 알 수있습니다.

한달 동안 들어온 수입과 지출도 대충 알 수가 있습니다. 한달 동안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돈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해 보려면 각각의 지출항목별로 뽑아서 쭉 합계를 내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만 잘 기록을 하면 가계부와 같은 단식부기로 작성된 자료도 훌륭한 정보를 담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의 사건을 한번만 기록하는 “단식부기”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취약점은 스스로 검증 기능이 없고, 수작업을 많이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건을 시간 순서로 계속 나열만 하다보니 혹시나 나중에 수중에 가지고 있는 현금 잔액이 맞지 않을 때, 그 원인을 찾으려면 모든 기록을 처음부터 일일이 점검을 해보고 잘잘못을 따져 보아야만 알 수가 있습니다. 가정의 경우에는 거래나 사건이 별로 많지 않으니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커다란 기업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백가지 거래들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단식부기는 현금거래만 기록을 합니다. 하지만 기업은 현금이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내용상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기록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과학적인 기록의 필요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어느 시점에나 외상으로 판매를 해서 미래에 받을 돈은 얼마가 있으며, 투자자에게 받은 돈은 얼마이고, 남에게 빌린 돈은 얼마이며 현재 재고가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돈 대신 물건으로 빚을 갚은 경우에는 현금이 이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식장부에 기록 하는데는 커다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복식부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사용하는 “복식부기”는 14세기경 이탈리아의 상인들이 사용하던 방법에서 그 유래를 찾습니다. 이 방법은 쉽지도 않고 완벽한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전세계 기업에서는 대부분 이 방법으로 기업의 거래를 기록합니다. “회계”는 흔히 “비즈니스 언어”라고 불립니다. 어디 영어가 완벽한 언어라서 우리가 배웁니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때문에 우리가 배우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비즈니스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비지니스언어가 바로 회계이고 그 문법이 복식부기 입니다.

단식은 한줄로 쭉 기록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복식은 한가지 거래를 반드시 두줄로 기록을 합니다. “복식부기”는 어떤 사건의 원인을 한줄에 표시하고, 결과를 다른 한줄에 기록을 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다른 말로 조달과 운용이라고 말을 합니다. 자원을 어떻게 구해서(조달), 어떻게 썼는지(운용)를 각각 한번씩 기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물건을 팔고 100불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식부기에서는 그저 ‘매출’이라고 표시하고 플러스 100불이라고 표시할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복식부기는 먼저 “물품판매 대금” 이라는 원인명목으로 100불을 기록합니다. 돈이 생긴 원인 또는 자금의 조달 사유를 한번 적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현금”이라는 명목으로 100불을 한번 더 기록합니다. 물품을 판매한 원인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어떤 형태로 운용이 되었는지 또 한번 기록하는 것입니다.(847-364-9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