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빌린 돈을 갚았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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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돈이 한푼도 남지 않았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 매년 세금보고를 할 때면 사업하시는 분들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분들은 정말로 억울해 하신다. 통장에 남은 돈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왜 세금을 내야할까? 열심히 설명을 해드리지만 시원하게 이해를 하신 듯한 표정을 짓는 분들은 매우 드물다.

한달에 5천불을 버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이 분은 한 달에 5천불씩하는 월세를 살고 계신다. 연간 6만불을 버는데, 자기가 번 6만불을 몽땅 살고 있는 집의 월세를 내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이 분은 남은 돈이 한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은 6만불이라는 소득에 대해서 소득세를 내야만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분들 중에서도 고개를 갸우뚱 할 분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세금을 내라는 말인가? 얼마전에 한국 회계사 한 분과 빌린 돈의 원금을 갚는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가 몇년 전에 빌린 돈을 금년에 갚았다면, 갚은 금액 만큼 금년에 이익이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그분에게 이해를 시키려고 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오늘은 회계에 대한 개념이 없는 독자 분들도 이해할 수있도록 위의 사건들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어떤분의 사업통장을 연말에 보니 잔고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데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사업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개인 통장으로 전부 옮겼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미 다 사용한 경우다. 예를들어 1년간 사업을 해서 10만불이 남았는데 그 10만불을 자녀의 학비로 사용했다면, 자녀 학비로 사용한 10만불은 사업경비로 공제가 안되기때문에 10만불만큼 이익이 난 것이고, 그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만 하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쓰는 경우는 딱 두가지다. 하나는 사업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적인 용도로 돈을 쓰는 것을 제외하면 전부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일년동안 사업으로 20만불을 벌었다. 그런데 일년 동안 쓴 돈 역시 20만불이라면 연말에 잔고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출한 돈 20만불 중에는 사업목적으로 쓴 돈이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이 있을 수있다. 만일 사업목적으로 사용한 돈이 10만불이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돈이 10만불이라면, 이 사람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돈만큼 이익이 발생한 것이 되고 이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야만한다.

오천불짜리 월세를 사는 분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매달 5천불씩을 벌었다. 그런데 이 분은 매달 이 돈을 전부 개인적인 용도인 집의 월세를 내는데 사용했던 것이다. 자기가 사는 집의 월세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업비용 공제가 안되므로 전부 이익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한다. 만일 이분이 월급을 받는 분이었다면 이미 세금을 다 내고 5천불씩 받았을 것이므로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빚을 갚는데 왜 추가로 세금을 내야하는지 좀 살펴보자. 빌린 돈은 회사가 돈을 빌릴때나 갚을때가  아니라, 오직 회사가 그 돈을 사용할 때 회사의 이익이나 손실과 관련이 된다. 예를 좀 들어 보자. 어떤 회사가 첫해에 5만불을 빌려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첫해에 돈을 한푼도 벌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빌린  돈을 통장에 그대로 가지고 있지않고, 기계를  사던지, 사업비용으로 사용을 했다. 빌린돈으로 기계를 샀다면, 회사 장부에 자산으로 기록되어 감가상각으로 매년 비용처리가 될 것이다.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회사는 첫해에 적자가 기록되었을 것이다. 만일 이 돈으로 물건을 사놓았다면 회사 장부에는 재고로 기록되었을 것이다.이러던 것을 그 다음해에 이 회사가 비용을 제외하고 순이익 5만불이 남아서 이 돈으로 빚을 갚았다고 해보자. 빚을 갚은 행위자체는 이익이나 비용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회사가 이미 써버리고 비용처리가 다 된 빚을 갚을 만큼 다음해에 이익이 생겼다는 말이 되기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