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신참 원숭이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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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원숭이 네마리를 우리 안에 넣는다. 우리의 한 가운데쯤에는 기다란 장대가 하나 세워져 있다. 그리고 장대 맨 꼭대기에는 바나나 한꾸러미가 매달려 있다. 네마리의 원숭이들은 모두 몇일동안 굶어서 배가 잔뜩 고픈 상태다.  원숭이들은 우리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장대에 오른다. 맨먼저 장대에 올라간 원숭이가 바나나를 막 집으려고 할 때, 실험자는 호스로 강력한 물폭탄을 뿌린다. 원숭이는 물을 상당히 싫어한다. 물세례를 받은 원숭이들은 장대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바나나가 매달린 장대를 힐끔힐끔 바라볼뿐 다시 장대 위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음날, 원숭이 네마리중에 두마리를 우리에서 뺀다. 그리고는 우리에 신참 원숭이 두마리를 넣는다. 새로 들어온 원숭이 두마리는 장대위에 바나나를 보자마자, 그걸 먹기위해서 장대 위로 올라간다. 이때, 전날 물폭탄을 경험한 고참 원숭이 두마리는 신참 원숭이들을 말린다. 새로 들어 온 원숭이 두마리를 할퀴고 때리면서 그들이 물폭탄을 맞지 않도록 막는다. 장대 위로 못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채 바나나를 먹으려고 장대 위로 올라가려고 했던 신참 원숭이 두마리는 끝내 바나나를 포기한다. 그리고 하루종일 아쉬운 표정으로 바나나를 쳐다본다. 다음날, 물폭탄을 경험했던 고참 원숭이 두마리를 우리에서 뺀다. 그리고는 또다른 새로운 원숭이 두마리를 우리에 넣는다. 이제 우리 안에는 첫날 물폭탄을 경험한 원숭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에 새로 들어 온 두마리의 원숭이는 여지없이 장대 위로 오른다. 하지만 전날 장대위에  오르려다가 고참 원숭이들에게 제지를 당했던 두마리의 원숭이가 이들을 말린다.  비록 자신들은 물폭탄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들은 전날 고참 원숭이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할퀴고 때리면서 장대 위로 못올라가게 막았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면서 새로 들어온 두마리의 원숭이가 장대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 다음날부터는 아무 원숭이나 한마리를 뺀다. 그리고 새로운 원숭이를 우리에 넣는다. 그러면 여지없이 나머지 세마리의 원숭이들은 새로 들어온 한마리가 장대 위로 못올라가게 한단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실험에서 물폭탄에 사용한 물탱크는 첫날 사용된 이후로 한번도 물이 들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두번째 날부터는 바나나를 먹으러 장대 위로 올라갔어도 원숭이들이 물폭탄을 맞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 실험은 심리학 책에 종종 언급이 된다고한다. 게리 해멀(Gary Hamel)과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 의 ‘Competing for the Future’라는 책에도 소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KAIST 의 대학원장인 정재승 박사에 따르면 실제로 이 실험은 한번도 직접 행해진 적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전해는 내려오지만 정식으로는 한번도 논문에 소개된 적이 없는 ‘전설의 실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설의 실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오늘날 우리의 조직내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일들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고참이 신참에게 강요하는 일들이 과연 자신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인가? 자신들도 그저 처음에 조직에 들어와서 고참들에게 혼나고 꾸중을 들으면서 배우고 습득한 것은 아닌가? 한번도 ‘왜’라는 의문을 가져 본 적없이 그저 굳어져 버린 습관은 아닌가?

물론 조직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앞서간 많은 선배와 고참들의 경험에 의해서 자리잡은 것이다. 좋은 전통과 가르침은 후배들에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가르침을 준다. 그러나 우리가 맹목적으로 따르는 조직의 행동양식은 없는지 늘 따져봐야한다. 그리고 새로 바뀐 환경속에서 예전의 방식이 계속 옳은지 늘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조직은 늘 새로운 누군가가 조직의 오래된 관행에 의구심을 갖는 풍토를 허용해야 한다. 조직이 보유한 경험을 공유하되 항상 새로운 바람과 기운도 쐬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마치 조직에 적용되는 관행같은 습관이 자기 자신에게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늘 타성에 젖어 자신이 기존에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아간다. 특별한 고민을 하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니 늘 새해에 세운 계획은 지켜지지 않는것이다. 자신이 살아 온대로 똑같이 살면서 미래가 바뀌리라고 믿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