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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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서울에 계신 지인이 소개해 준 문구다. 전주에 있는 남부시장의 청년몰에 적혀있는 글이라고 한다. 어차피 요즘 세상에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취직해서 적당히라도 돈을 벌 수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 문구에서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잘 사는 것’이다. 돈이 많지 않아도 잘 살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워라밸’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워라밸 역시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문장을 소개해 준 분이 나에게 알려준 단어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 에서 처음 글자들만 한국식으로 따온 것이란다. 일과 인생을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고국의 한 광고를 보면 꼬마아이가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또 놀러 오세요.”라고 말을 한다.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슬픈 광고다. 분명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듣는 아빠는 지금 잘살고 있지 않은 것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출근할 곳이 없어서 집에서 아이와 하루종일 놀기만하는 아빠도 ‘잘살고’있다고 할 수는 없다. 워라밸은 이런 극단적인 두가지 경우 사이에서 일과 일상을 조화롭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주는 것같다.

워라밸은 고성장 산업화시대를 지나오면서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앞만 보고 살았던 선배들이 듣기엔 조금 불편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한번뿐인데 일만하다가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유행이 된 또 다른 말이 욜로(YOLO)다. 이건 You Only Live Once의 첫글자들을 딴 것이다. YOLO는 캐나다의 랩가수인 드레이크가 ‘The Motto’라는 자신의 노래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진 말이다. 미국의 오바마 전대통령이 건강보험 홍보 비디오에서 사용해서 유명해진 이 단어는 2016년 옥스포드 사전에도 기록이 되었다고 한다.

YOLO는 한번뿐인 인생이니 일에 너무 목을 매지 말고 조금 즐기기도 하면서 살라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저성장 시대를 겪는 젊은이들의 자조섞인 넋두리 일 수도 있다. 평생을 일해서 저축을 해봐야 집을 사기도 힘들다. 어렵게 취직을 해봐야 정년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이런 불안하고 미래가 어두운 시대에 일에 너무 목숨걸지 말고 현재를 즐기고 적당히 소비도 하면서 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런 흐름때문에 요즘 자연스럽게 여행상품이나 공연이나 오락등 놀이 산업이 활황이라고 한다.

‘경제이야기’라는 칼럼을 쓰면서 지금까지 내가 너무 돈에 대한 이야기만 해 온 것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오늘은 ‘잘 사는 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렸을 때 기억에 ‘저 집은 잘 살아’라고 이야기하면 저 집은 부자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잘 사는 것’은 무조건 물질적인 풍요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잘사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일텐데 문득 떠오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 돈걱정하지 않고 사는 것, 불행하지 않게 사는 것, 목표를 달성하고 행복하게 사는것, 갖고싶은 것을 다 가지면서 사는 것, 경제적인 안정, 사회적인 삶,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자유롭게 사는 것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대답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돈이 상당히 많은 ‘잘 사는’ 부분을 해결해 주기는 하는 것같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워라밸이나 욜로, 그리고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말을 통해서 돈을 벌기는 하겠지만, 일의 노예가 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철학자나 학자들이 ‘잘 사는 것’에 대해 정의를 내려 놓았는데 위의 대답들과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잘 사는 것이 아닌것’에 대한 말도 있었다. 데브라 올리비에라는 저널리스트는 그녀의 ‘프렌치 시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잘 사는 것’을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될 일이다. 그리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것을 훌륭한 인생이라고 착각해서도 안 될 일이다.” 정답은 없다. 이제 각자가 잘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