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촛불, 이제 그만끄자

1881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고국의 전직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었던 날, 기념주를 마셨던 사람이다. 탄핵 당일에 헤어롤 두개를 머리에 감고 출근하는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보고 그녀의 깊은 고뇌에 경의를 표하며 뭉클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런말 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국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동포들은  이제 촛불을 꺼야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탄핵을 반대하고, 고국의 전직 대통령을 옹호했던 세력들이 옳다는 건 아니다. 이런 글을 쓴 분도 있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니까 국회가 불법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가 불법적으로 탄핵을 결정해서 대통령을 파면으로 몰고갔다. 삼권분립이 있는 나라에서 이게 말이 되느냐? 이게 말이 된다면 나를 설득 시켜보라.”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가지고 있는 저런 분을 설득시킬 시간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세개의 축 중에 두개인, 국회와 사법부가 나머지 한 축인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는데 무엇이 불법인가? 세개의 축 중에 한 축에 문제가 생겨서 나머지 두축이 무너진 다른 한축을 바로 세우는 것이 삼권분립이다. 거기에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 대다수가 그런 결정을 든든하게 지지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탄핵이 결정된 이후에도 아직까지 태극기를 몸에 휘감고 “마마”를 외치는 사람들이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듯이,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까지도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도 정상은 아닌 듯이 보인다. 이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어른들의 무책임과 국가재난시스템이 무너져서 고국의 고귀한 청소년들이 304명이나 숨을 거두었을 때, 분노와 참담함을 느꼈다. 이제 거의 3년이 지난 지금, 그때 사고로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데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이제는 그 배를 이동시키다가  기름이 유출되어 어민들의 피해액이 18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몇천억원이 들어도 국가가 아이들의 시신을 거두고 수습해야 한다고 믿는 것같다. 그리고 혹시라도 ‘꼭 저 배를 인양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은 ‘유가족의 아픈 가슴을 난도질’ 하는 못된 사람으로 매도가 된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경제적인 일을 해서, 살아있는 다른 귀한 목숨을 구하는 편이 낫다고 믿는 사람도 고국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도 말을 할 수있도록 해주고 누군가는 그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한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정부가 실업자들을 위해서 하루는 그들에게 땅을 파게하고 임금을 주고, 다음날은 그들에게 그 땅을 다시 메우게 하고 임금을 주어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서 실업자들에게 임금을 나누어 주면 실업도 줄어들고 유효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다. 정부는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같은 일을 가끔 해야 할 때도 있다. 하물며 세월호 사고로 상처받은 유족과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수천억원을 쓰는 일이 국민적인 화합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말을 할 수있도록 하고 그들의 말에도 귀를 열어야만 한다.

고국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던 분들 중에는 광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휘둘리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있었다. 한번 이렇게 되면 다음번에 또 이런일이 벌어지고, 고국이 후진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그분들의 심정도 이해를 해야 한다. 촛불로 자신들이 나라를 구했다고 믿는 분들은, 이제는 보란듯이 촛불을 끄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전국민의 지탄이 되었던 전직대통령이 파면된 후, 고국에서 이제 국민적인 비난의 화살은 지지율 1위인 대통령 후보에게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매앞에는 장사가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분들을 보면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주위에 존경하는 어른들 중에 탄핵을 반대하고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에게 경제학을 가르쳐주셨던 한국 교수님 한분도 탄핵에 반대하셨다. 그분의 시계추 이론이 떠오른다. ” 왼쪽으로 심하게 간 시계추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돌아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