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콜드 리딩과 지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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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

 

중학교에서 물상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참 못 가르치셨다. 그 분이 나와 내 동급생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자 우리와 같은 고등학교로 직장을 옮기셨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은 재단에 속한 사립학교였다. 학교 이름도 같고 나란히 붙어 있어서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게다. 그분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직장을 옮긴 이유는 자신의 아들때문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분의 아들이 나와 동급생이었던 것이다. 그분은 자신의 아들을 끔찍하게 여겼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과 함께 진학(?) 하신 것같았다. 그 분은 고등학교로 옮겨 와서 우리에게 물리를 가르치셨다. 정말 못가르치셨다. 이 분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지식의 저주’다. 자기 자신이 알기는 하는 것 같은데, 남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아는 것을 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분의 설명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학생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으면 화를 내시던지, 따귀를 때렸다.

스탠퍼드 대학의 엘리자베스 뉴턴(Elizabeth Newton)은 박사 논문을 쓰면서 한가지 실험을 한다. 그의 실험은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라는 주제였다. 두 사람이 실험에 참가한다. 한 사람은 ‘두드리는 사람’ 이다. 이 사람은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다. 자기만 들을 수있다. 이 사람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가 듣는 음악의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린다. 이 사람이 ‘두드리는 사람’ 이다. 그러면 나머지 한사람은 ‘듣는 사람’이 된다. ‘듣는 사람’은 음악을 전혀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두드리는 사람’이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만 듣는다. 음악이 끝나고 나면 실험자가 ‘두드리는 사람’에게 물어 본다. “당신이 두드린 박자만 듣고 ‘듣는 사람’이 어떤 음악인지 알아 맞힐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 때, ‘두드리는 사람’ 은 ‘듣는 사람’ 의 50% 정도가 음악을 맞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 박자만 들은 사람들 중에는 오직 2.5%만이 음악을 정확히 맞췄다. 듣는 사람은 오직 박자만 듣게 된다. 하지만 두드리는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서 은연중에 상대방도 마치 음악을 듣는 것같은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중에는 가끔 이 주제에 대해 적게 알고 있는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는데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것을 ‘지식의 저주’라고 부른다.

‘지식의 저주’는 교육계에서 많이 일어난다. 분명히 시험에 통과해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검증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지식의 저주’는 사회나 직장에서도 발생한다. 부하직원이나, 고객에게 설명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지식의 저주’에 걸려 있다. 자신이 아는 내용을 상대방도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생각할 때 아주 간단한 내용들은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미 이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설명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전문가들 중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지식의 저주’에 걸려 있다.

이렇게 지식의 저주에 걸려서 자기가 아는 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기가 모르는 것도 아는 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점쟁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콜드 리딩’에 능하다. ‘콜드 리딩’은 남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다. 친구들이 점을 봤다는 내용을 나에게 적용을 시켜봤다. 그랬더니 나에게도 대부분 맞는 내용들 같았다. 용한 점쟁이들이 반드시 연마해야 할 기술이 바로 ‘콜드 리딩’이다. 콜드 리딩의 세가지 정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방을 적당히 치켜 세운다. “당신은 아무리 애써도 천성이 나쁜 사람은 못됩니다.” 이런 말을 해준다. 둘째로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말을 해준다. “당신은 이기적이지만, 남을 안도와주고는 못참는 성격이네요.” 그리고 세번째는 애매모호한 말을 하는 것이다.”멀리 있는 사람이 해답을 가지고 있네요” 대충 이런 식이다. 우리의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은 의사소통이 대부분이다. 지식의 저주는 피하면서 적당한 콜드 리딩을 한다면 사회생활이 조금 윤택해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