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현금은 한 푼도 안 받았는데 세금을 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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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

발생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발생주의를 영어로는”Accrual Method”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회사가 수익이나 비용을 계산할 때 그것이 발생한 시점에 인식을 하는 방식입니다. 생소한 개념을 이해할 때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그것과 대비되는 반대 개념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발생주의의 반대 개념은 “현금주의”입니다. 영어로는 “Cash Method”이라고 합니다. 현금주의는 돈이 들어올 때 수익으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돈이 나갈 때 비용으로 인식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회사가 고객에게서 받은 돈이 한 푼도 없다면 이 회사는 수익이 한 푼도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해도 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면, 나간 돈이 없기 때문에 이 회사는 비용도 아직 없는 것입니다. 수익과 비용이 없으니 내야 할 세금도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이 회사가 물건을 사서 재고를 쌓아 두고 파는 경우라면 미국의 국세청은 현금주의 대신에 발생주의라는 기준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간 매출이 일정규모가 넘는 큰 회사들은 재고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전부 이 발생주의라는 기준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발생주의라는 기준에서, 수익은 언제 발생할까요? 고객에게 해야 할 의무를 모두 마쳐서 받을 돈이 있는 시점에 수익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물건을 받았거나, 서비스를 이미 이용해서 갚아야 할 돈이 생기는 시점에서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어떤 회사가 1년 동안 10만불 만큼의 물건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고객에게 돈은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물건을 팔았다는 것은 물건을 배달하고 이제는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 발생주의 회계에서는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고객에게 돈을 받았던지 받지 않았던지 10만불 만큼의 물건을 팔았고, 10만불 만큼의 받을 돈이 생긴 순간 수익이 10만불 발생한 것입니다.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이 회사가 금년에 5만불어치의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물건을 고객들에게 10만 불에 판 것이라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물건값 5만불은 아직 갚지 않았습니다. 물건값은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물건을 전부 팔아서 수중에 물건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갚을 돈 5만불과 받을 돈 10만불만 있는 것입니다. 현금주의 기준으로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발생주의 기준으로 보면 이미 물건 구입과 판매가 끝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회사의 경우에 발생주의 기준으로 수익과 비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5만불을 주기로 하고 물건을 구입해서 10만불을 받기로 하고 팔았으니, 이 회사는 금년에 순이익이 5만불 만큼 생긴 것입니다. 비록 현금은 한 푼도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았지만 5만불 만큼 이익이 생긴 것입니다. 이익이 5만불 생겼으니, 이 이익에 대해서 세금을 내야만 합니다. 어찌 보면 현금은 하나도 없는데 세금을 내라고 하니 억울할 수도 있고 답답한 노릇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흑자도산”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발생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발생주의 원칙을 적용하다 보면, 장부상으로는 흑자가 났지만 회사에 돈은 한 푼도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세금을 받는 정부는 세금납부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회사는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그 해에 세금을 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 해에 세금을 낼 돈이 없다면,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발생했지만 세금을 밀릴 수도 있습니다.(847-364-9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