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감옥에 갈 바엔 대통령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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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앞차의 뒷창문에 ‘Hillary 2016’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차에 조금 가까이 붙어 자세히 보니Hillary와 2016이라는 두 글자 사이에 ‘For Prison’ 이라고 적혀있었다. 2016년에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자는 이야기다. 그 차의 주인은 사실 트럼프 지지자였던 것이다. 10월 9일 미국의 대통령 후보자 방송토론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 검찰총장에게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특별조사 시키겠다고 했다. 조사를 진행해서 그녀의 혐의가 밝혀지면 그녀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과거 국무장관 시절에 개인 이메일계정을 사용해서 공적인 업무를 처리했고, 그중 이메일 3만3천여통을 삭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오바마행정부는 이미 그녀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이메일 스캔들은 아직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

 

이에 반해서 트럼프는 자신의 소득세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계속 변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0여년간 대통령 후보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소득세 보고를 공개해 왔다. 트럼프는 자신의 세금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내 세금보고서를 봐야 당신들은 알아낼 게 없다.”

 

트럼프가 자신의 세금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그가 현재 IRS(미연방국세청)의 소득세 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세금보고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자신의 세법 변호사가 한 조언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의 세법 변호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트럼프는 매년 IRS의 감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의 2002년부터 2008년까지의 소득세 감사는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선에서 이미 매듭이 지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세금보고는 현재까지도 국세청 감사가 진행 중이다. 그가 이토록 매년 감사를 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세금보고서가 아주 복잡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럼프는 자영업 또는 파트너십 형태로 500여개의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다. 1년치 세금보고서가 100페이지를 넘고, 상세 서류까지 포함하면 자료가 워낙 많다보니 국세청이 매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 때문일까?

 

지난달인 9월말 트럼프의 과거 소득세 보고서가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서 뉴욕타임즈에 보내진다. 뉴욕타임즈가 제보받은 트럼프의 세금보고서는 1995년도 자료다. 이미 20년전 보고서인 셈이다. 뉴욕타임즈는 세장짜리 자료의 진위여부를 확인한다. 트럼프 측에 먼저 연락했지만, 진위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고 자료를 공개하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말만 듣는다. 그러자 트럼프의 과거 회계사를 찾아내서 그로부터 ‘트럼프의 세금보고서가 맞고, 내가 직접 준비했다’는 답변을 얻어낸다. 뉴욕타임즈는 이 자료의 공개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공개를 결정한다. 본인의 허락을 받지 않은 세금보고서 공개는 불법이다. 기자들은 감옥에 가더라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은 알려야 한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뉴욕타임즈가 제보받은 세장짜리 세금보고서는 연방소득세 보고서가 아니라 주정부에 보고된 세금보고서다. 뉴욕,뉴저지, 그러고 코네티컷 이렇게 세군데의 주소득세 보고서의 맨 앞장만 한장씩해서 모두 세장인 것이다.

 

기왕에 공개가 된 것이니 내용을 좀 보자. 가장 주목할 사항은 1995년, 트럼프의 소득이 마이너스였다는 것이다. 그 해에 번 돈보다 잃은 돈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손실액의 크기가 무려 9억1천 6백만달러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다. 미국세법에는 ‘그해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긴다’는 개념이 있다. 만일 1995년도에 사업을 하다가 손실이 났으면 그 이전에 낸 세금을 돌려받거나, 그 다음해의 이익에 대해 세금을 안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1995년 이후에 십여년간 소득세를 한푼도 안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똑똑해서 세금을 안냈고, 이렇게 세법을 잘 아는 사람만이 잘못된 현행세법을 고칠 수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손실액 중에 탕감받은 부채가 있다면 그만큼은 세법상 손실처리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1991년과 1992년에 부동산과 카지노 투자 실패로 법인파산을 신청한 적이 있다. 파산이란 빚을 못갚겠으니 줄여주든지 없애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필자가 국세청 직원이라면 이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IRS는 유야무야 감사를 끝낼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이메일 스캔들은 조용히 묻힐 것이다. 두사람 모두 세금을 내거나, 감옥에 갈 바엔 차라리 대통령이나 되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려 하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되는 것은 필자 만의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