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바로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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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 Taxon 대표/시카고>

지금부터 100 년 전까지만 해도 오늘날보다 훨씬 많은 산모들이 애를 낳으면서 죽어갔다. 1847년경에 유럽에서는 산모 6명중 1명이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태아와 산모를 이렇게 위협했던 병은 다름 아닌 산욕열이라는 것이었다. 출산 후에 산모에게 감염이 있는 것을 일반적으로 산욕열이라고 한다. 산욕열은 체온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당시에 의사들은 산욕열의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당시 유럽의 의사들은 산욕열의 원인이 임신초기 임산부의 몸을 꽉 조이는 코르셋이나 속옷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의사들은 분만실에 유입된 더러운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당시 까지만 해도 많은 의사들은 공기가 병을 옮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헝가리 출신의 젊은 산부인과의사인 제멜바이스는 산욕열의 원인을 밝혀보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자료를 수집하자 이상한 사실이 발견된다. 우선 집에서 산파들의 도움으로 분만을 하는 여성들이 현대적인 의료시설이 갖춰진 병원에서 분만을 하는 여성들 보다 훨씬 더 산욕열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제멜바이스가 산부인과의 부과장으로 일하던 병원에는 두 개의 산부인과 병동이 있었다. 제1병동은 의사들과 의과대학생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반면에 제2병동에는 조산원들이 산모를 돌보았다. 그런데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책임을 지고 있던 제 1병동에 있던 산모들의 사망률이 조산원들이 책임지고 있던 제2병동의 산모사망률 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1841년부터 1846년까지 제1병동 산모의 사망률은 9.9%였으나 제2병동 산모의 사망률은 3.4%였다. 의사들이 있는 병동의 사망률이 거의 세배나 높았던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제1병동과 제2병동의 사망률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을 처음에는 상태가 심각한 임산부들이 더 많이 의사들이 있는 제 1병동으로 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의 생각은 바뀐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들은 도착한 시기에 따라 임의적으로 병동이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제1병동과 제 2병동의 차이점에 대한 관찰을 계속하던 제멜바이스는 몇가지 가설을 세우게 된다. 제1병동의 환기시설이 낡아서, 또는 환자의 수가 더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식사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간호의 질이 달랐을 수도 있으며, 의대생들이 검사를 미숙하게 해서 그럴 수도 있으며, 의사들의 순회 진찰로 인해 임산부들이 공포감을 느꼈거나, 분만 자세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설들은 전부 틀렸고 그의 연구는 미궁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존경하던 한 의대교수가 불행한 사고로 죽게된다. 해부학을 가르치던 그 교수는 시체를 해부하다가 메스에 손을 베게 되고 그 일로 각종 장기들이 못쓰게 되어 패혈증에 걸려 죽게 된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죽은 그 교수의 몸에서 산욕열로 죽은 산모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시체의 병균이 그 의사에게 옮겨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의사들이 바로 산욕열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이 시체를 만지거나 감염성 질병을 앓는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아무런 위생조치도 취하지 않고 곧바로 분만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해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이 손으로 병원균을 옮긴다는 결론을 내린다. 제멜바이스는 그 후로 의사들에게 분만실에 출입할 때는 항상 갖고 다니는 장비와 손을 비누와 염소로 소독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1848년에는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제2병동보다 제1병동에서 처음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위대한 발견으로 임산부들의 목숨을 구했던 제멜바이스는 하지만 당시 유럽의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의 공적이 된다. 의사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들이 산욕열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위대한 발견을 한 제멜바이스는 노년에 쓸쓸하게 죽어간다. 결국 그의 연구는 그의 사후에 더 유명해지게 된다.

 

각국의 정치인들은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여러 가지 공약을 내세운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 자신의 존재 때문에 자신들이 이루고자하는 훌륭한 목표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산모들을 치료하려는 의사들이 산모들에게 산욕열을 옮기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창조경제’를 외치던 그녀는 현재 자신이 고국경제에 가장 커다란 부담을 창조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물러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국가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