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반기문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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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저 녀석 예전에는 나한테 맨날 맞고 다녔어.”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할까. 이 말은 지금은 “저 녀석”이 “나”보다 훨씬 더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이 푸념 삼아 하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해찬씨는 현재 반기문씨가 대한민국의 대통령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사실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해찬씨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에 반기문씨는 외교부 장관으로서 이해찬씨의 지시를 받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사람이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고 이제는 이해찬씨에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한마디 하는 것이다. “저 사람 예전에 내 밑에 있을 때 같이 일해보니 “감(깜)”이 아니더라.” 이해찬씨가 이렇게 반기문씨를 무시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딱 한가지 일화 때문이다.

 

2004년 이해찬씨가 국무총리였고 반기문씨가 그 아래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을 때, 동남아에서 지진과 해일이 일어났었단다. 당시 반기문씨는 국무총리인 이해찬씨에게 현지에 총리자격으로 방문하라고 요청하면서, 원조자금으로 100만달러를 줬다는 것이다. 당시에 일본이나 중국은 3억달러에서 5억 달러의 거액을 기부하던 때라, 이해찬씨가 “이렇게 적은 돈을 들고 가면 나라 망신이 아니겠느냐”라고 반기문씨에게 물었단다. 그랬더니 반기문씨가 “지금 당장 남은 예산이 이 정도밖에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해찬씨가 이야기하는 반기문씨가 “감”이 아니라는데 대한 일화이다. 요약해보면 상관인 총리에게 부하장관이 어떻게든 더 많은 돈을 만들어주지는 못하고, 너무 적은 돈을 쥐어주면서 해외에 원조를 다녀오라고 한데 대한 불만인 셈이다.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공직자의 예산정신에 탄복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예산을 확보해 총리와 나라의 체면을 살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그의 정치력 부족을 탓해야 할 것인가?

 

미주 동포들 사이에서는 진작부터 반기문씨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운동도 이루어 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2017년에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되면, 그와 관련된 숨겨진 일화들이 하나씩 더 튀어 나올 것이다.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그에게는 더 큰 흠집도 생길 것이다. 이쯤에서 필자에겐 노무현대통령 시절 또다른 국무총리였던 고건씨가 떠오른다. 한때 온국민의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지지했었는데, 진흙탕 싸움에서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뜻을 접었다. 필자에겐 반기문씨가 고건씨보다 더 큰 인물처럼 보이거나, 더 맷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때 40% 가량되던 고건씨의 지지율과는 달리 현재 반기문씨의 지지율은 25% 정도이다. 이 지지율은 고국의 박근혜 대통령의 시멘트 지지율과 딱 맞아 떨어진다. 소위 친박세력이 그를 후원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아무리 반기문씨가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어도 결국에는 진흙탕 싸움 속에서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통령은 “더 독한”사람이 되는 것같다. 그래도 고국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지금 지지율 선두그룹인 반기문씨나 문재인씨나 안철수씨나 사실 지도자로서 그렇게 엄청난 손색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반면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미국을 보라. 매일 텔레비젼에 나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정말 거론도 하고 싶지않은 트럼프 같은 사람, 둘 중에 하나가 곧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한때 공화당 대통령후보들에게 후원금을 내던 사업가였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아마도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은 지금 그를 후보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 나한테 로비하던 녀석이었는데” 이러면서 말이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씨가 생각난다. 누가 더 기분 나빠할 지는 모르겠으나, 트럼프와 이명박씨는 서로 닮은 것 같다. 혜성처럼 나타난 것도 그렇고, 기업가 출신인 것도 그렇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그렇고 독한 것도 그렇다. 이명박씨는 정몽준씨와 같이 정주영회장의 아들들에게는 그저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랬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처음엔 그를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에 반해 반기문씨는 이해찬씨의 말을 빌리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지 않는” 외교관 출신이라 조금은 소극적일 수있다. 좋은 말로 하면 신중할 수있는 것이다. 이명박씨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한 바로 뒤라면 그 반대급부로 반기문씨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더 컸을 지도 모른다. 반기문 주식은 이런저런 예상을 뒤로 하고 내년에 한국정치라는 주식시장에 나오긴 할 것 같지만, 그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을 믿지 마시라. 예전에 한국에서 직장에 다닐 때 한국의 차기 대통령을 못맞춰 번번히 내기 술을 사던 사람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