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버핏놀이

1276

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세상에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눈다. 그중에 가장 힘들게 먹고 사는 사람이 ‘임금 노동자’란다. 월급을 받아서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늘 안정된 직장과 편안한 삶을 꿈꾸지만, 직장을 그만둔 날로부터 수입이 없어진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벌어들이는 소득의 일정부분은 받아 보기도 전에 정부가 늘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허락도 없이 가져가 버린다. 그가 나눈 두 번째 그룹이 ‘자영업자’다. 개업한 의사나 약사, 변호사나, 건축가와 같은 전문가들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들 역시 자신이 직접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은 생기지 않는다. 소득이 조금 나을지는 모르지만, 임금노동자보다 별로 나을게 없다. 그가 나눈 세 번째 집단이 “사업가”그룹이다. 사업가는 종업원을 많이 두고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위험이 높지만, 일단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으면 사업가 자신은 감옥에 있어도 사업체는 역대 최고의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가 말한 먹이사슬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위치해 있는 네 번째 그룹이 소위 “투자가” 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자가를 꼽으라면 워렌 버핏이다. 그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을 찾아내서 그곳에 투자해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이다. 기요사키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 부자의 70%는 이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한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유명세와, 워렌 버핏의 성공, 그리고 ‘평생직장’이 사라져버린 까닭에 투자가가 되어 보겠다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생겨났다.

 

최근에 서울에서 오랜 지인 한분을 만났다. 그는 고국에 있을 때 내 첫 직장의 동료였다. 내가 고국을 떠나 온 뒤에 그는 서울에서 직장을 몇 군데 옮겨 다니더니, 어느 날 마지막으로 옮긴 회사와의 계약이 종료되어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현재 듣고 싶어 하는 자신의 직업은 ‘투자가’다. 나는 그가 어떤 회사에 얼마나 투자하여 얼마나 수익을 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주위에 모든 사람들에게 수익성과, 자본대비 수익률을 설파한다.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몇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을 얻어 월세를 분담하면서 투자에 열을 올리고, 그들과 같이 기업도 방문하면서 열심히 투자가의 길을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요즘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사무실을 얻어 컴퓨터와 모니터 몇 대를 갖다 놓고 매일 주식장세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수익률을 확인한다. 때로는 주식을 사거나 채권을 팔면서 수익률을 일별로 또는 주단위로 매번 정리하는 소위 개미 투자가들인 것이다.

 

그가 옳은지 그른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서 로버트 기요사키가 네 가지 그룹으로 단순히 나누어 버린 위의 분류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 그룹 안에도 어마어마한 계층이 있다는 것이다. 임금 노동자중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들부터 직원 평균 연봉의 수백 배를 받는 전문경영인들도 있다. 투자자 중에도 워렌 버핏 같은 사람부터, 소액을 투자해 놓고 조바심에 매일 들여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차라리 어떤 심리학 교수의 분류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는 세상에 일을 하는 사람을 세가지 종류로 나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일을 자신이 밥을 먹고 사는데 필요한 ‘Job’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을 자신의 ‘Career’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직장을 자신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있어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자기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자신이 이 일을 하는 것을 운명처럼 생각하면서 의미를 두는 사람들인 것이다. 기요사키가 나눈 네 가지 중에 어떤 집단에 속해 있던지 자신의 일에 소명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늘 행복하게 청소를 하던 어떤 거리의 청소부 한 분은 자기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하지 않는가? “저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가 되었든 자기 일에 소명의식을 가진 모든 분들이 성공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