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살찐 고양이 법과 낙수 효과(Trickl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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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시카고>

 

빌게이츠는 땅에 떨어진 100달러 짜리 지폐를 줍지 않는것이 이익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의 시간당 임금은 워낙 크기 때문에 그가 100달러를 주우려고 잠깐이라도 엉뚱한 곳에 시간을 쓰느니 그 시간에 자기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그의 입장에서는 수입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캐나다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CEO 100명은 단지 2시간 47분만 일을 하면 캐나다의 평균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받는 1년 연봉을 벌 수 있단다. 캐나다의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연봉은 4만 9천불이다. 그런데 어떤 최고 경영자들은 1월 3일 아침 11시 47분이면 이걸 다 벌어 들인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래도 3일은 일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2017년 1월 1일과 2일은 휴일이어서, 1월 3일이 근무를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새해 첫 근무를 하는 날 아침 9시에 일을 시작해서 2시간 47분 동안만 일을 하면 보통 사람이 1년 동안 일해야 얻는 소득을 번다는 것이다. 2016년보다 더욱 짧아졌다. 그나마 작년에는 오후 12시 18분까지 3시간 18분 동안 일을 했어야 했단다.

 

더 무서운 통계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 8명의 재산을 다 합하면, 지구에 사는 하위 50% 의 인구가 가진 전재산을 다 합친 숫자와 같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 8명 중에는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이 많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뉴욕 시장을 지냈던 블룸버그 통신의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그들이다. 이들과 다른 네명을 포함해서 고작 여덟 사람이 가진 재산이 지구인의 절반인 36억명이 가진 재산을 전부 합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지난 30여년간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성장이 중요하다고 외쳤던 것이다. 부자들의 세금을 낮추어서 부자들이 돈을 더 많이 가져가면 그들이 또 다시 투자를 할 것이므로 일자리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자가 떨어뜨린 수익이 하위계층에도 돌아간다는 소위 ‘낙수 효과’(Trickle Down)다. 레이건 행정부인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제정책이 실행된다. 처음 이 정책을 시작할 때부터 경제학자들과 정부는 이런 정책이 불평등을 가속화 할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이가 전체적으로 커지면 비록 가난한 사람들이 가져가는 비율은 줄어들더라도 커진 파이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가져가는 조각이 더 커질 줄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결과는 부자들의 몫만 키웠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았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경제정책들은 이미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중산층과 빈곤층은 예전보다 더 가난해졌고 상위층만 소득이 늘어나서, 양극화만 심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대기업의 CEO들이 받는 연봉은 자기회사 노동자들 평균 임금의 276배다. 1965년에는 20배였던 것이 이렇게 된 것이다. 이런 임금 격차 때문에 스스로 자기 연봉을 깎는 CEO도 생겼다. 미국의 댄 프라이스라는 CEO는 110만달러이던 자신의 연봉을 7만달러로 삭감하고, 3년내에 자기 회사에서 임금을 가장 적게 받는 사람들의 연봉을 자신의 연봉과 같은 7만달러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익 언론들의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 사람의 회사는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어났다.

 

미국정부 차원에서 월스트리트의 폐해와 임금격차를 해소해 보려고 만들어진 법안이 오바마 대통령이 통과시킨 닷-프랭크 (Dodd-Frank)법이다. 이 법의 내용 중에는 대기업들이 CEO와 직원들의 평균 임금의 격차를 공표하게끔 되어 있다. 미국 오레건주의 포틀랜드라는 도시에서는 닷-프랭크 법 덕분에 공개된 임금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에 새로운 법이 통과됐다. 포틀랜드의 이 새로운 법에 따르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자기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의 100배가 넘는 회사는 영업허가세를 10% 추가로 내야 한다. CEO의 연봉이 직원 평균연봉의 250배가 넘으면 영업허가세의 25%를 추가로 내야 한다. 물론 영업허가세 자체가 기업이윤의 2.2%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아직은 미미한 금액이다. 하지만 그나마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법이다. 탐욕스러운 기업가들을 살찐 고양이에 비교해서 이런 법들을 ‘살찐 고양이 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런 법들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내일 취임하는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법인세를 낮추고 Dodd-Frank 법은 없애려는 궁리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