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암컷 선택과 핸디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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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찰스 다윈은 적자생존설을 이야기 한다. 자연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아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생존능력과는 조금 동떨어지게 진화한 것들이 있다. 숫공작의 아름다운 깃털은 생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움직임을 방해한다. 게다가 너무나 화려해서 천적에게 노출되기가 쉽다. 숫사슴의 긴 뿔은 어떤가? 싸움을 위해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거추장 스럽다. 숫사자의 갈기나 남성의 수염도 싸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혹여 상대방에게 잡히면, 훨씬 불리하다.

동물중에서 아름다운 색을 가진 것들의 90%이상은 모두 수컷들이라고 한다. 도대체 수컷들은 왜 이토록 눈에 띄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다윈은 두 종류의 성(性)적인 선택을 제시했다. 하나는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서 일어나는 선택이다. 이것이 ‘수컷 경쟁’이다.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생존력이 강한 수컷의 형질은 암컷을 얻기 위해 다른 수컷과 싸울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진화된 수컷 경쟁의 결과다. 인간도 오랫동안 남성이 여성을 차지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육체적인 힘이나 조직에서의 권력이 대단히 중요했다. 이런 형태의 성적인 선택을 ‘수컷 경쟁’이라고 부른다.

다윈이 제시한 또다른 성적인 선택은 ‘암컷 선택’이다. 이것은 수컷이 암컷의 주의를 끌어서 다른 수컷보다 먼저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선택이다.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되려고 기를 쓰지만 결국 선택은 암컷이 한다는 말이다. 이 이론은 암컷을 번식의 주체로 본 것이다.

처음에 다윈은 두가지 성적인 선택 중에서 수컷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암컷선택이 수컷경쟁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이렇게 암컷의 역할을 하찮게 여긴 까닭은 수컷들은 암컷을 얻기 위해서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싸우지만 암컷은 짝짓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열정이 넘치는 수컷은 경쟁적인 반면에 수줍은 암컷은 소극적으로 주어진 상대를 받아들인다고 본 것이다. 이론을 주장한 사람 자신까지 자기이론을 하찮게 보았으니 이 암컷선택 이론은 최근까지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암컷선택이론은 왜 수컷들이 자신의 생존에 위협적인데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진화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생존도 중요하지만 암컷의 눈에 띄어 성적인 선택을 받아야만 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일 암컷들이 수컷의 아름다움 대신에 생존에 유리한 성향을 가진 수컷들에게만 매력을 느끼도록 진화가 되었다면 어떨까? 이렇게 되었다면 수컷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쓸데없이 깃털이나 눈에 띄는 색깔을 가지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을 이론으로 풀려고 노력한 사람이 바로 이스라엘의 동물 생태학자인 자하비라는 사람이다. 그는 수컷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생존에 불리한 여러가지 성향들을 갖도록 진화된 것을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한다. 자하비 박사는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 이론을 발표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최고는 남들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핸디캡을 선택한다’ 는 것이다. 거추장스러운 날개와 불편한 뿔을 가지고도 남들보다 더 많은 사냥을 하고 생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암컷에게 보임으로써 암컷에게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는데, 무거운 짐을 안고 달리는 사람이 맨손으로 달리는 사람을 이겼다면, 누구나 짐을 안고 달린 사람이 더 빠르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 핸디캡 이론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하다는 것을 암컷들에게 보여주려고 수컷들이 굳이 생존에 불리한 성향을 선택했을까? 오히려 암컷들의 눈에 잘 띄어 선택을 받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거추장스러운 성향을 발전시켜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일단 암컷의 눈에 띄어 노출이 되어야만 자신을 더 자세히 보여줄 기회라도 얻을 수 있기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들도 때로는 눈앞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을 한다. 공익사업을 하거나, 때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내하고 핸디캡을 가진 직원을 고용하기도 한다. 어떤기업은 수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커다란 지출을 해서 기사화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행위들은 결국 소비자들의 눈에 띄려는 행위들이다. 일단 소비자들의 눈에 들어야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