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 읽기]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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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 대표

한때 고국에서 회자되던 일화가 하나 있다. 중동지역에서 한국기업들이 건설업을 하면 어떨지 박대통령이 관계부처 공무원들을 시켜 검토해보라고 지시를 했단다. 그러자 공무원들은 부정적인 보고를 했다고 한다. 우선 중동지역은 공사하기에 너무 더운 지역이고, 물이 부족하고, 사방에 모래 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중동지역에 다녀와서 이런 보고를 했다고 전해진다. “중동지역은 공사하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아 쉬지 않고 공사를 할 수 있어서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낮에는 더우니 천막을 치고 자다가 저녁에 불을 밝혀 공사를 하면 되고, 건설업에는 모래가 있어야 시멘트를 만들 수 있는데 지천에 깔린 게 모래며, 유조선을 만들어 빈 배에 가득 물을 실어 나르고 돌아 올 땐 석유를 담아서 오면 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조건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능하거나 오히려 유리한 이유로 보인 것이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일리노이지역 한인상권이 침체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 침체도 한인상권을 힘들게 하지만, 이 지역에 살던 한인동포의 감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 유입되는 한인보다는 해마다 이 지역을 떠나는 한인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가 10년쯤 뒤엔 이 지역에 한인이 한사람도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한인도 있다. 각종 지표들을 보면 한인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일반적인 미국인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분명히 이 지역 한인들에게는 위기다.

그동안 일주일에 한번 씩 세탁소를 찾았던 사람들은 불황으로 이주일이나 삼주에 한번 씩 세탁소에 찾아온단다. 게다가 요즘에 새로 나온 셔츠들은 다리지 않아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 나오는 건조기들은 옷에 있는 주름을 펴는 기능까지 있다. 한인 분들이 많이 하고 있는 세탁소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인 분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한식당들은 어떤가? 한인들이 줄어드니 새로 생긴 식당이 한시적으로 잠깐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가 곧 새로 생긴 다른 식당에 그나마 많지 않았던 손님들마저 뺏기고 만다.

이러한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한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기회를 찾아 볼 수는 없을까?

3M이라는 기업이 있다. 1970년에 이 회사의 연구원이던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라는 회사의 연구 과제를 수행다가 수없이 많은 실패를 했다. 그렇게 실패하던 중에 그는 접착력도 약하지만 반면에 끈적거림도 없는 접착제를 개발하게 된다. 그는 이 실패 사례를 사내 세미나에서 보고를 한다. 그의 발표를 듣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같은 연구소 직원인 아서 프라이(Arthur Fry)였다. 그는 교회의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찬양을 할 곡에 서표를 끼워 넣곤 했단다. 그런데 서표가 빠지는 바람에 여러 번 당황했었다고 한다. 이것을 고민하던 프라이가 실버의 접착제를 사용해서 훗날 자기 회사에 엄청난 돈을 벌어주게 된다. 우리가 “포스트-잇(Post-it)”으로 알고 있는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맨 처음 이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는 아무도 이 제품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초기 판매에 실패했다. 하지만, 프라이는 포춘(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비서들에게 3M 사 회장비서의 이름으로 견본품을 보냈다. 견본품을 써 본 대기업의 회장비서들은 포스트-잇의 기능에 사로잡혔고, 이후 포스트-잇은 AP통신이 선정한 ‘20세기 10대 히트상품’에까지 포함되게 된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처칠은 이런 말을 했다. “낙관주의자는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도 어려움을 찾는다.” 경기 침체는 기업들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가 된다. 시장에서 겨우겨우 생존해 가던 한계기업들은 정리되고 도산한다. 시장을 선도하던 일등 기업은 시장의 변동으로 점유율이 약화되는 등 요동치는 시장에서 선두기업이나 하위기업이나, 기업들의 지위는 안정적일 수만은 없다. 경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2000년대 초 불황기에 미국의 기업들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불황 직전에 시장에서 상위 25%에 속했던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0%가 과거의 지위를 상실했다. 반면에 하위 75%에 속했던 기업 중에 14%는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인기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