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봤으니 TV 리턴할래”악성 반품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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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매업체들은 특정기간에 물품을 샀다가 리터하는 악성 반품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사진은 미국의 한 대형소매업체 반품센터.

1~3월 반품률 20% 높아

소매업계 환불 골머리

“지난 주말 친구네 집에서 새로 산 대형 TV를 통해 수퍼보울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면 친구네 집을 다시 방문해 대형 TV가 걸렸던 벽면을 살펴보라. 만약 TV가 사라졌다면 그 친구는 전문반품꾼인지도 모른다.”

미국내 소매업계는 수퍼보울이 끝난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고급 대형 TV를 구입해 경기를 시청한 후 반품하는 이른바 ‘악성 반품’(wardrobing·워드로빙)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악성 반품’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워드로빙(wardrobing)’은 워드로브(wardrobeㆍ옷장)에서 나온 말로, 고가의 의류와 가전제품을 구입한 후 단기간 사용하고 반품 기한이 종료되기 직전 반납해 돈으로 환불받는 행위를 말한다. 범죄는 아니지만 일종의 사기로 볼 수 있는 반품 수법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애프리스 리테일’(Appriss Retail)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업계가 떠안은 반품 규모는 약 3,69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내 소매업체 중 33.1%가 ‘사기성 반품’에 해당되는 악성 반품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월에서 3월까지 반품률이 샤핑 시즌인 10~12월 사이의 반품률에 비해 무려 2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지속된 현상으로 수퍼보울 경기 후 반품률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악성 반품’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악성 반품’이 급증하는 이유는 제품에 이상이 없어도 구입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을 쉽게 받아주는 소매업계의 반품 정책이 근저에 깔려 있다.

‘악성 반품’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소매업계의 손실로 남게 된다.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한 반품 정책이 소매업계에게는 일종의 희생인 셈이다.

급기야 대안 마련에 나서는 업체들도 있다. ‘리테일 이퀘이션’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객의 쇼핑 행동을 기반으로 ‘위험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를 넘는 고객들을 별도 관리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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