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마라토너·안내견, 뉴욕 하프마라톤 첫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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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시각장애인 패넥과 그의 안내견.<페이스북>

시각장애가 있는 마라토너가 안내견 3마리와 함께 뉴욕 하프마라톤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코스를 완주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토머스 패넥은 가이드 견 웨슬리와 와플, 그리고 거스와 함께 지난 17일, 뉴욕시내에서 열린 경기에서 완주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CNN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비영리 안내견 공인학교 ‘GEB’(Guiding Eyes for the Blind)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안내견들과 13.1마일(21㎞)의 하프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첫 인물이 됐다. 네 다리가 달린 동물이 하프마라톤 구간을 완주한 일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세운 기록은 2시간 21분에 조금 못 미친 것이었다.

패넥은 경기 후 “우리는 진짜 팀”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마라톤 경기를 사랑한다는 그는 20대 초 시력을 잃었지만, 스포츠 경기에 관한 한 포기를 모르는 인물. 그는 안내견 덕분에 실명 후 지금까지 20차례의 마라톤 경기에 출전했다. 패넥은 “안내견을 두고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안내견들도 그걸 즐긴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GEB를 설립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안내견 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24마리의 안내견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12마리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많은 안내견이 혹독한 과정을 마치지 못해 중도에서 탈락한다는 것.

이번에 함께 출전한 와플과 웨슬리는 남매이고 거스는 패넥의 오래된 안내견이다. 와플과 웨슬리는 다른 안내견과 달리 달리기를 매우 좋아했다. 그는 “유대감이 정말 중요하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내견들과 여러 달 동안 달리기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모든 개는 뛸 수는 있지만, 복잡한 마라톤 코스를 따라서 길을 잃지 않고 달리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1월 뉴욕을 급습한 혹한 속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거스가 결승점까지 마지막 3.1마일(4.9㎞)을 안내했다. 패넥은 모두 ’14개의 다리’로 이뤄진 팀이 시각장애인 등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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