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같은 뿌리일 뿐

720

 

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상당히 높은 곳에서 몸에 줄을 묶고, 안전장치를 한 다음에 뛰어 내리는 스포츠를 “번지 점프“라 한다. 중국 마카오에 있는 번지점프는 높이 233m에서 뛰어 내리게 되는 곳이다. 2013년에 한국 여배우인 한혜진, 송지효가 뛰어 내린 적이 있다. 참으로 용감한 여성들이 아닌가 싶다. 뛰어 내리기 전에 밧줄을 몸에 묶는데, 여러 방법이 있다. 허리에 묶는 방법, 발목에 묶는 방법 등등, 여러가지 묶는 방법중에 안전벨트를 어디에 메야 하는지를 선택 한다. 가장 힘들고, 위험한 것은 발목에 줄을 묶고 뛰어 내리는 것이다. 낙차(落差)의 정도에 따른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200미터가 넘어도 떨어지는 시간은 불과 4~5초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 활동을 할 때와 안 할 때의 낙차 차이가 크면 불행한 미래가 기다린다. 즉, 은퇴 전과 은퇴 후에 수입이 너무 차이가 나면, 행복지수가 떨어지게 된다. 재무적(財務的)인 결핍이 생기게 되어 괴로움이 뒤따라 온다. 은퇴자들의 결말은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 보다는, 어떻게 저축을 하고, 소비했느냐가 중요한 이슈(issue)가 된다.
은퇴후에 소득이 줄어들기에 생기는 낙차의 충격이 심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할 것 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도를 배우러 가면 낙법이란 것 부터 먼저 배운다. 남을 넘어뜨리는 것을 배우러 갔는데, 자신이 안전하게 떨어지는 것 부터 배운다. 이런것이 충격에 대한 것을 미리 몸에 익히는게 아닌가 싶다. 은퇴 전에 이러한 걸 조금이라도 연습을 한 사람들은 은퇴 후에 쉽게 적응을 한다. 즉, 재정계획이란 것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 후에 심하게 생길지도 모르는 재정적인 충격을 완화 시키고자 함이다. 인생 후반에 맞이 하게 되는 안전장치 중에는, 남성일 경우, 혼자서 식사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하나의 예습 효과가 될 것이다. 제일 쉬운 샌드위치를 해 먹는 법도 배워둬야 한다. 은퇴 후에는 여유(餘裕) 시간이 길어 진다. 그러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는 연습도 미리 해 보는게 좋다. 뭐든지 천천히 오래한다는 생각 말이다.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부르는데, 이는 ‘유희하는 인간‘ 이란 뜻이다. 유희(遊戲)는 문화의 기원이기도 한 것이다.
은퇴 후엔 수입이 감소되기에 가난에 대한 경험도 해 봐야 한다. 단 돈 10 불을 들고 하루를 집 밖에서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혼자서 걷고, 혼자서 동네 도서관도 가고, 적은 돈으로 혼자서 여행도 해보는 것도 좋다. 한마디로 고독력(孤獨力)을 키우는 연습으로 보면 된다. 자본주의에서 배운 욕망은 버려야 한다. 인간의 욕구는 제한되어 있지만, 욕망은 끝이 없다. 배고플 때 배부르게 먹으면 되지만,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마음은 끝이 없는 거와 같은 이치(理致)이다. 자기성찰을 통하여 욕망의 실체를 줄여가야 한다. 경제학에서 소비를 많이 하면 효용이 증가한다고 했다. 효용이 증가하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행복은 욕망에 반비례한다. 고로 은퇴를 하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내려야 한다.
인생의 후반에 들어서면, 현실은 노인들을 유도에서 업어치기처럼 패대기 처버린다. 노후에 나타나는 낙차(落差)에 대비해서 낙법(落法)을 배워 둬야 한다. 교과서적인 은퇴후의 삶을 잘 사는 방법은 취미와 여가를 잘 이용하는게 우선이다. 시간이 남는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회 봉사에 참여하고, 자기개발에 힘써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이 점을 너무 크게 생각 할 필요는 없다. 종교 생활을 하거나, 노인 대학 같은 곳에 다니면 된다. 늙으면 귀함도 천함도 모두 평등하다. 인삼이나, 칙 뿌리나 둘 다 뿌리일 뿐이다.(moowkim2003@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