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뇌와 교육-Par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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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하버드대학교는 뇌 과학의 연구결과들을 기반으로 ‘아동발달에 관련된 8가지 유념사항들(8 Things to Remember about Child Development)’을 보고했다. 이것은 아동이 행복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점들을 짚어준다. 뇌건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좋고 나쁜 경험과 기억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후 그들의 삶의 모든 면에서 발현되어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자고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즉,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정책적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커서 잘 살아갈 수 있으려면, 어떤 사고와 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하버드가 제안한 8가지 유념사항들의 핵심은 이렇다. “성인은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나쁘고 유해한 환경이 아니라 좋고 유익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 8가지 사항들을 기저로 삼아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서 어떤 경험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자.

첫째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는 인간의 몸을 넘어 정신 건강을 좌우한다. 사실상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는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일마다의 삶 속에서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으며 살아간다. 변호사이자 회계사인 내 남편과 의사인 내 딸이 집에 와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아휴! 너무 힘들어, 정말 피곤해 죽겠어!”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사는 게 힘들다! 산업과 공학의 발전으로 삶의 상당한 부분들이 기술적으로 편해졌지만, 여전히 정신없이 바쁘다. 아마도 인간이 항상 보다 나은 자신과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진취적이며 모험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변해간다. 특히 부신 피질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가 증가하면 생리적으로 불균형이 이루어지기 쉽다. 그러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신체 활동이 떨어지며, 정신 상태도 혼탁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인 생각과 결정을 제대로 하기가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사전에 예방하고 극복하는 방법들로 깊은 숨쉬기, 요가, 명상, 산책 등의 방법들이 동원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자. 그러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영어에서 약을 뜻하는 medication과 명상을 뜻하는 meditation라는 단어를 잘 살펴보자. 두 단어가 오직 글자 하나씩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c’와 ‘t’라는 두 글자의 차이가 우리에게 아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지만, 명상은 적어도 부작용이 없으니 말이다!

아동발달이 스트레스와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갓난아이 때부터 매우 부정적이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라면 너무 일찍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지나친 역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행동발달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성인이 되어서도 심신적으로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싸우면, 아기의 침에서 검출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다. 또한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말로 표현을 못해도, 어른처럼 똑같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므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마음과 말로 감싸주고, 변덕 없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런 애정 어린 부모다. 꼭 친부모가 아니어도 된다. 우호적이고 긍정적이며 화기애애한 가정환경을 마련해 주는 보호자면 된다. 행복은 전염된다! 그런데 불행도 역시 매우 쉽게 전염된다!(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