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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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 교회

 

어린 시절, 앞 집에 살던 할머니는 호떡 장사를 하시는 분이셨다. 매일 저녁마다 호떡 반죽을 하던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처음 만들 때의 반죽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아침만 되면 그 반죽이 두 세 배로 커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할머니가 무슨 요술을 부리는 분인가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 바로 반죽에 “누룩”을 넣게 되면, 그렇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룩은 다른 것을 커지게 만든다. 그래서 성경 속 예수는 누룩을 천국의 삶과 비교했다.(마 13:33) 누룩을 밀가루 반죽에 넣었더니 온통 부풀어 올랐다고 말하면서, 바로 그 누룩과 같은 것이 천국이라고 말한다. 천국이 곧 누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가 누룩이 천국이라고 비유한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 천국의 삶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하루는 마트에서 호떡 믹스를 사서 직접 호떡을 만들어 보았다. 내용물에 이스트(누룩)이 있어서 그것도 같이 넣어서 만들었다. 그런데 반죽이 부풀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호떡을 만들었더니 딱딱한 빵이 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이스트(누룩)가 불량이네’라고 말하고 나서야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반죽에 비해서 누룩은 정말 조금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작은 양이 들어가 큰 반죽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작은 양의 누룩이라도 반드시 질 좋은 누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누룩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반죽이 더 잘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좋고 제대로 된 누룩을 넣을 때 비로소 반죽은 바로 부풀어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천국의 삶을 누리고자 한다면, 바로 이런 누룩과 같은 작지만 제대로 된 관계와 쉼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관계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또한 경제는 어려운데, 일의 양은 더 많이 늘어난 시대를 살고 있다. 양이 많다고 관계와 일이 우리를 천국과 같은 삶으로 나아가게 해 주지 않는다. 도리어 더욱 지치고 힘들고 괴로운 하루 하루를 보내게 하고 있다. 도리어 제대로 된 관계와 단잠과 같은 쉼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작고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진짜배기 관계와 쉼을 가질 때 우리는 참된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만나도 제대로 된 대화와 나눔이 있는 만남, 그리고 휴식을 갖더라도 심신 모두가 새롭게 되는 쉼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누룩의 힘이 우리의 삶을 천국처럼 풍족하게 할 것이다.

 

누룩이 천국의 삶을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 위임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룩을 넣고 밀가루를 반죽을 하고 나서 1분만에 크게 부풀어진 반죽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누룩이 반응하는 속도는 우리의 급한 마음보다 더욱 느리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을 내려놓고 누룩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기다리면, 누룩은 느리고 천천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반죽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룩을 넣고 반죽을 잘 했다면, 이제 누룩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룩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누룩을 반죽에 잘 섞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누룩의 힘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누룩이 자기를 죽이고 반죽을 크게 만들고 부풀리게 하는 희생의 마음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천국을 경험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누룩과 같은 삶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작지만 진짜를 가져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 기다리고 인내하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여전히 우리에게 누룩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정체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성장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룩의 힘으로 한 걸음으로 앞으로 더욱 나아가는 천국의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작더라도 진짜를 찾아라. 그리고 그 진짜에 믿음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