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더 늦기전에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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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후(TV탤런트/네이퍼빌)

 

 

지난 13일과 14일은 미국땅에 총격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공교로운 날이다. 13일은 시카고에서, 14일은 풀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다. 13일은 비번 날인데도 범인과 격투를 벌리다가 네군데 총상을 입고 사망한 시카고18지역의 멋찐 경찰서장, 14일은, 일학년 학생들이 공부하고있는 3층짜리 교실에 침입한 범인의 총탄에 17명의 사망자와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참사. 그런데  공교롭게도 범죄시간이 오후 2시 30분, 똑 같다. 두 범인은 각각 현장에서, 하나는 피난하는 아이들 사이에 섞여서 도주 하는것을 다행히 30분도 안되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을 생중계로 드려다 보는 사람들은 미궁 속에 빠져들까 초조해 하면서 여러가지 상념으로 두려워 하게 된다. 이미 한녀석이 체포되어 수갑을 채우고 있는 장면, 망원렌스로 땡긴 그 생중계를 가슴을 졸이면서 보고 있었는데도 한시간이 지나도록 자막에는 <still at large>라고 만 뜬다. 아직까지 범인이 활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두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in custody>, 구속 되었다는 결과에 휴우 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면서 나는 문득, 몇시간 동안을 초조한 마음으로 TV 중계를 보았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왜 미국사람들 처럼, 쳇, one of those things! 하면서 대범해 질수 없었을까? 도시인구 2백만이 넘으면 어차피 사람들이 흉폭해 지기 시작한다는데 사는게 싸움이요 전쟁이라는 생각보다 배부르고 등따수면 다라고 생각하는 무지랭이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드는 내 자신. <생각은 두었다 무엇에 쓸 생각이었을까?> <기껏 생각 한다는것이?> <저렇게 된게 뉘 탓이여?><저 웬수같은 놈을 질겅질겅 밟아 죽여야지 도대체 뭘 하구들 있는 겨?><잘 하면 내 탓, 못하면 조상 탓><발끈에는 순발력, 미움에는 가속력><대대 꼽사둥이 처럼 안을 보고도 밖은 전연 볼 줄 모르는 어릿광대, 등신>-이게 바로 우리의 국민성이다 하면서 또 남의 탓을 하는 나! 나역시 벌레소년의 고백처럼 벌레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찔림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미국, <총은 쏘라는 건데 죄 없는 총에 왜 책임을 떠 넘기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문제이지 총 탓을 하는건 쫌스럽다>고 버티는 미국정신, 그래서 총기규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을 묵살하며 급조되는 땜빵식 민생법안을 거부하고 있는 호전적인 미국사람들의 대범함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한 회기 안에 급조된 땜빵식 민생법안이 5000개 씩이나 양산되며 곧 쓰레기 통으로 폐기되는 한국국회, 그러다가 엉큼한 특권과 엉큼한 신생 왕조로 퇴행 해 가는 도적질에 두눈 질끈 감고 공범자가 되고있는 여당과 야당, 여당과 야당이라고 말해 줄 수도 없는 화적 떼들로 전락되어 있는 자들,이미 제도권의 장벽을 훨씬 뛰어 넘어 있는 정권은 이미 정권이 아닌 청속골의 산채라고 할 수밖에 없다. 13일 피살된 폴 바우어 경찰서장의 시신이 쿡 카운티 검시소로 운구 되는길에 시카고 소방국소속 기마경찰대의 엄숙한 애도와 경례는 국가라는 정체성의 상징이듯이 우리에게도 큰 그림을 그리게 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어차피 우리는 기마민족의 피를 지니고 있다. 이성계가 그랬고 이순신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다. <나약한 선비 놈들은 무략으로 넘어 뜨려야 한다>는 위 왕 조조가 아니라도 우리에게 무인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