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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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인간은 항상 무엇인가를 두려워한다. 우리는 강한 듯 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옛날 옛적에는 호랑이를 두려워했지만, 지금의 첨단 문명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적인 피싱(phishing)이나 바이러스들과 싸우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걱정하고 두려움을 갖고 사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그 두려움의 존재는 신이 될 수도, 직장상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취업, 건강, 아이들 교육 문제 등으로 괴로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두려움에 젖어 비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또 인간이 아닌가?

우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사태를 지혜로운 눈으로 보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가 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1882-1945)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라는 명언을 남겼다. 비관적인 사고로 두려움에 떨고 숨거나 미신 또는 허위 사실에 의존하는 것은 진취적인 사고를 방해할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무지는 두려움을 주고, 편견과 오해와 배척을 낳는다. 어떤 일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내 엄마와 시어머니가 과거에 점쟁이를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았던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금처럼  정보화되어 있지 않았던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간’으로서 미래를 매우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운전사들은 물론 누구에게나 필수품이 되어버린 GPS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제는 ‘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인 GPS 없이 운전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스웨덴 출신의 의사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 1948-2017)은 ‘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Factfulness: Ten Reasons We’re Wrong About the World – and Why Things Are Better Than You Think)’에서 세계보건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낙관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과학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가능성 옹호론자’인 그도 2018년 출판된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들 다섯 가지를 지적했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 유행병’, ‘금융 위기’, ‘제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도의 빈곤’이다. 그는 우리 모두가 흑백 논리나 편견과 오류를 벗어나 정말로 중요한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두기 위해서는 ‘다급함 본능(urgency instinct)’을 피하고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걱정할 대상을 제대로 알자는 뜻이다. 뉴스를 외면하라거나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가의 말을 무시하라는 뜻도 아니다. 소음을 무시하고 중요한 세계적 위험에 주목하자는 뜻이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도 아니다. 냉철함을 잃지 말고,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지지하자는 뜻이다. 다급함 본능과 모든 극적 본능을 억제하라.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바라보고 상상 속에서 문제를 만들어 스트레스받기보다 진짜 문제와 해결책에 좀 더 집중하자.”

그렇다! 우리에게 두려움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방법은 잘 대처하면서 살아가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 다 같이 용기를 갖고, 심호흡을 하면서 균형 잡힌 생각을 놓치지 않도록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