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믿음의 열매”

1918

문장선 목사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은 꺾기고 가을을 부르는 열매의 계절을 맞았다. 9월에는 계절을 바꾸는 추분이 23일에 들어 있고, 24일은 중추절(仲秋節)이 들어 있는 가을의 계절을 맞으면서 “믿음의 열매”를 생각해 본다.

농부들은 날씨가 좋은 해에는 풍년을 노래하고 일기가 나쁜 이상기온의 해에는 농사를 망쳤다고 푸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늘에 대한 감사보다 흉년에 대한 불만으로 하늘을 탓하고 허탈해  질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믿음의 열매”를 생각해 볼 때, 여러 가지 악조건 때문에 영적 농사를 망쳤다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그 책임을 떠넘기거나 핑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믿음의 열매는 좋은 조건에서 보다, 환난과 박해와 시련 속에서 더 좋은 신앙의 열매가 맺히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국가가 번영할 때 종교는 타락했듯이,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나 안락한 현실 때문에 기독교는 타락하고 사회에 대한 빛과 소금의 역할보다 비윤리적 사교(邪敎)와 스캔들로 인해 사회의 지탄을 받는 악취(惡臭)를 풍기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맹목적으로 사회적인 안정이나 경제적인 풍요가 좋은 “믿음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적 열매를 더 흉년지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나, 우리가 분명 알아두어야 할 것은 물질적 부요자체가 악이 아니라 그 물질도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 물질을 어떤 자세로 사용하느냐는 개개인의 신앙적 삶이 문제라는 것이다.

기독교가 말하는 좋은 열매의 덕목은 바울 사도가 갈라디아 교회에 보낸 말씀에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 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갈5:22-23)는 내용에서 잘 보여 지고 있다.

위의 열매 중 그 어느 하나도 유물(唯物)적인 것이기 보다 영적(靈的)이요, 심적(心的)이며, 인성(人性)의 문제요, 믿음의 문제이기에 물질로 만들 수 있는 열매가 아니며, 환경과 악조건이라고 못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쪽배가 거친 풍랑이 두렵고 떨리는 것이나 그 풍랑으로 인하여 더 빨리 갈수 있는 것과 같이, 우리 앞에 부딪치는 악조건을 극복하여 더 좋은 “믿음의 열매”를 맺혀야 할 것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가라지의 비유 중에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곡간에 넣으라.”(마13:30) 는 말씀이 있다. 이는 심판에 대한 말씀이다. 오늘 말하는 믿음의 열매는 단순하게 한해의 농사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끝 날이라는 심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의 열매”는 한 해의 농사가 아니라 평생의 농사요, 대충 시간을 보내려는 품꾼의 자세로 짓는 농사가 아니라, 이른 봄부터 피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는 농부처럼 우리도 영적 농사를 정성으로 지어 열매의 계절에 풍성하게 거두어 드리는 크리스천들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mymilal@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