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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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인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최근 들어 마스크의 착용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이제는 외출시에 천 마스크나 스카프를 사용해서라도 본인의 코와 입을 막고 밖에 나가라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감염자 중에 약 25% 이상 정도가 무증상 상태의 전염자라는 보고에 따른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무섭고 보이지 않는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에 있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이기는데 필요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마스크의 일상적인 사용과 손씻기, 그리고 집에 머물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당분간 물리적 거리두기는 철저히 하되 가족과 이웃간의 마음은 항상 가까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모두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사람마다 직장 동료와 가볍게 주고 받던 농담이 그립기도 하고, 마음껏 몰이나 거리를 활보했던 순간을 그리워하기도 할 것이다. 나도 벌써부터 교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학생 중 한 명이 갑자기 기침을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걱정 없이 수업을 진행하던 날들이 몹시 그립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우리 모두 정부와 전문가들의 지도 방침에 귀기울여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려도 최소한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걸린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면, 과학자와 의학자들 모두 기존 치료제의 재발견과 신약 발명에 무척 애들을 쓰고 있으니 해결책이 그 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요즈음 미국 방송에 아주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미국의 의사인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이다. 그는 79세로, 특히 사스와 메르스 등의 감염병과 바이러스 분야의 권위자로서 누구나 그의 말을 듣고 싶어하고, 또 믿고 싶어한다. 파우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밤에 아내와 함께 밖에 나가 달리기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 사회자는 마스크를 쓰고 하느냐, 이런 위험한 상황에 나가서 운동해도 좋냐는 등의 질문을 계속했고, 그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을 살짝 회피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선의 방법이니, 꾸준히 이것을 잘 지켜나가자(social distancing is the best tool, stay in the way)”는 말로 자신의 논지를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그 어떤 방법도 바이러스를 100%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감염자의 20-25% 정도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예방차원에서 손씻기와 스카프나 마스크의 착용,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만 신체의 건강이 중요하듯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니, 자신이 아프고 증상이 있으면 집에 머물고, 답답한 가슴과 편두통에 시달려서 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면 밖에 나가 산책이나 조깅을 하되, 기본 에티켓을 지키며 조심껏 해야 한다.

나는 집에서 항상 꼭 30초 이상이 아니더라도, ‘손씻기’를 강조해 왔다. 유아교육학자인 내가 ‘훈련’을 잘 시킨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오래전부터 손씻기를 잘 실천하고 있다! 다음은 내가 본 어느 한국 여성의 이야기다. 아직 주위 사람들에게 코로나19 확산세를 늦추기 위한 취지로 ‘집에 머물기 명령(stay-at-home order)’이 내려지기 전이었다. 평소에 자주 가는 카페의 화장실에서, 한 중년 여성이 생일축하합니다(Happy Birthday)라는 노래를 두 번 연달아 부르며, 즐거운 톤으로 그 노래에 맞추어 ‘바이러스의 제거’를 위해서 열심히 손씻는 것을 보았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사태가 심각해질지는 상상도 못했다. 아무튼 그 한국 아줌마의 긍정적인 자세는 참 본받을 만하다.